다운느낌

지용이의 아날로그 시계

다우니77 2004. 5. 7. 00:11

 

지용이는 초등학교 때 시작한 시계보기를 중학교를 거치도록도 어지간히도 어려워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인가 작은 바늘이 시간이란 걸 깨닫더라구요. 을매나 긴 기다림이었던지--;

 

분을 구별하기까지는 그후로도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어렴풋이 한번씩 맞추더군요. 그저 '신기해~'를 연발하는 제게 애들 아빠는 '걔가 애기냐?'며 핀잔을 핑핑 날리면서도 기분이 좋은 지 계속 아이에게 시간을 확인시키곤 했는데 녀석의 시계는 시간과 분이 조금만 엇비슷하게 스칠라치면 헷갈려 버리기 일쑤였습니다.

 

구구단의 5단하고 똑같이 분이 바뀐다고 설명을 하고 연습을 해도 바늘이 5분 단위로 띠리릭 움직이지를 않는데다가 짧은 바늘까지 한꺼번에 움직이기 시작하면 아닌게 아니라 어렵겠더라구요.. 늘 지용이 머리가 도달한 바로 그 위치에 맞춰서 이해시키는 것이 초점이었기 때문에 다른 녀석들이 다~ 시계를 척척 읽는다고 해도 하나도 바쁠 것은 없었으나 같은 자릴 몇년째 맴도는 녀석을 바라보는 심정은... 시커먼스죠...

 

그래서 시계 언저리에 분단위로 숫자를 붙여놓았습니다^^ 지용이에게는 7분이니 13분이니 하는 단위는 없고 5분, 10분, 15분하는 식으로만 가르쳤습니다. 따라서 화실에 가는 시간도 4시 40분 아니면 5시 15분하는 식으로 5분단위로 맞추었고 화실 가는 시간 덕에 4시 40분과 5시 15분은 꽤 일찌감치 익혔고 나머지는 중3이 되서야 가다가 한번씩^^.

 

고등학교 입학을 기념하여^^ 오랫동안 시계와 한몸인양 붙어있던 숫자를 떼어냈습니다. 떼다가 불현듯!! 이 다음에 지용이 놀려줄 증거를 남기기 위해 한컷! 오랫동안 신물나긴 했지만 그래도 무자비하게 떼어내자니 안스러워서 한컷^^ 그동안 저까지도 그 숫자를 보고 분을 말하게 되더라구요 --;

 

지용이와의 생활은 동화같을 때도 있지만 대개는 순발력과 기지가 필요한 얼그렁 덜그렁입니다. 잔꾀와 쇼맨쉽은 필수고 3년 묵히는 장처럼 푹 익을때까지 꾸~ㄱ 참고 기다려야 할 때도 많습니다. 그러는 동안 새댁때는 깔끔하던 제가 푼수댁이 다됐니까요^^;; 

 

암튼 지용이가 시간공부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시계입니다. 구경하세요~~

아~ 굳이 아날로그로 한 것은 그러면 녀석이 머릴 좀 쓰지 않을까 하는 깊은 뜻에서^^.

큰 차이야 있었겠습니까. 결국 녀석 애먹이는 짓일 뿐이었죠 ㅎㅎ 

 

                             시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