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느낌

때로는...

다우니77 2002. 11. 3. 09:32


늘- 명쾌, 산뜻만 한 것은 아닌 겝니다.

가을과 겨울사이를 40년도 훠-얼씬 넘게 (자칫 나이가 드러나는--;;) 지나오고도 이 계절은 사람을 흔듭니다.

나무잎이 물들기 시작할 무렵, 모든 순간을 기억해 두자고 작정이라도 한 양, 습관적으로 나무를 올려 보곤 합니다. ...잠깐새...노랗게 붉으죽죽하게 바뀌는 모습이란.

도시에 살면서도 창문 가득 물든 나무를 볼 수 있는 것은 감동입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나이가 들면서.. 많은 일을 겪으면서.. 때로는 힘이 빠지고 세상이 온통 귀찮고 삶이 안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힘빼고 있을라치면 '엄마, 아퍼? 내가 힘줄께...얍!!'하며 한방에 날려버리곤 합니다. 녀석 땜에 우울도 맘대로 안됩니다ㅎㅎㅎ.

무심한 듯, 그러나 조금씩 조금씩 아이는 소위 비장애인들의 방식을 익힙디다..나무가 여전한듯해도 조금씩 색을 달리하고 잎을 떨구어 모습을 바꾸며 커가듯, 어제와 오늘이 여전한듯해도 아이도 조금씩 늘 조금씩 달라지고 커갑니다.

여전한 것들에 감사합니다~.~

장애가 힘든 것은 모든 것이 처음이어서, 주위랑 너무 달라서 물어볼 수도 참고로 할 수도 없는,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를 상황이 계속되기 때문이지요. 시행착오를 한두번 겪으면 발전의 발판이려니 힘을 내지만, 계속되면 어쩔 수 없이 서글퍼집니다. 그러나 지용이를 보면서 생각에 따라서는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안되면 기다리든가 다른 방법을 찾는 거지요. 생각해보면 비장애라고 일컫는 큰애, 그리고 나와 남편, 모두 많은 좌절과 방향수정을 하면서 살았고.. 참고할 만한 옆이 없어 곤란한 때도 많았으니까요.

때로는
분명 슬프고 분명 힘에 부칩니다. 그러나 지용이 덕에 생각에 따라 행과 불행이 간발의 차이란 것을 실감했고, 서로 죽을 때 까지 몰랐을 사람들과 형제처럼 가족처럼 친한 친구가 될 수 있게 된 것이 기쁩니다^^.

분명 가을은 감사의 계절입니다.

녀석은 지금도 일요일 아침 댓바람부터 탑브레이드를 조립해서는(나는 못하는데 녀석은 귀신같이 척척 조립합니다), 마룻바닥을 헤집고 다니며 팽이를 돌리며 성도 만들고 적도 무찌르고 만화를 씁니다.


ps) 대천 바닷가로 수련횔 갔던 녀석이 돌아왔습니다. 선생님 왈, 바닷가에서 두손을 번쩍 들고 온 가슴으로 바람을 맞으며, 한참을 서 있더랍니다--; 우-와-...영화스런...
도로시처럼 바람에 실려 오즈네로 날아가 버리지 않고 돌아와 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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