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느낌

형제..그 안타까움에 대하여...

다우니77 2002. 11. 8. 10:57


지금은 고1인 큰 아이 지인이가 중1 때, 다운회 홈에 형제모임이 만들어 지면서 큰 아이를 생각하며 썼던 글입니다. (다운홈에 있는 글을 옮깁니다.)

*********************************************


큰 아이가 2돌이 채 안되었을 때, 다운인 지용이가 태어났습니다. 그 때, 맨 먼저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큰 아이 지인이였습니다.
갓 태어난 아이가 장애인이라면 건강한 큰 아이는 모르긴 몰라도 동생 때문에 고생하겠구나 하는. 나는 엄마니까, 게다가 어른이니까 어떻게든 수습해 나가겠지만, 큰 아이는 얼마나 힘겨울까.

솔직히 너무 걱정되었습니다. 너무 미안했습니다.

지인이는 그 때부터 지금까지 사실 겉으로 드러나게 갈등을 나타낸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아니, 나타낸 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엄마이면서도 아이의 마음을 다 헤아리지는 못했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입니다.

어려서는 걸핏하면 입원하는 지용 때문에 느닷없이 한 밤에 할머니 집으로, 이웃 집으로 보내지거나 영문도 모른 채, 같이 엠블런스에 실려 가서는 병원 복도에서 지루하게 몇 시간씩 기다리는 날도 많았습니다.

유치원 때에는 엄마가 늘 동생을 챙겨야했기 때문에 저도 아직 아기인데도 다 큰 아이 취급을 받기 일쑤였습니다. 초등학교를 같은 학교를 다니느라 힘든 적도 많았을 겁니다. 그럼에도 5학년이 되기까지 보통의 다른 형제들처럼 때로는 싸우면서 때로는 귀찮아 못견뎌하면서도 서로 잘 지냈습니다. 때로는 엄마도 못 알아듣겠는 지용이의 말을 지인이는 잘도 알아들었고, 엄마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는 지용이가 제 누나 말은 신통하게 잘 듣기도 하는 등 잘 지냈는데, 5학년이 된 무렵, 좀 퉁명하고 거칠어졌었습니다.

사춘기를 겪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했습니다만, 아마도 그 원인 중 큰 부분이 지용이었을 겁니다.

엄마랑 둘이만 슈퍼에 가자는 둥, 지용이가 제 방에 안들어오게 하라는 둥.
그랬습니다. 지인이가 불만을 나타내기 시작했던 거지요. 그 이전부터도 저나 남편은 가능한 한 지인이만을 위한 시간을 내본다고 신경은 썼습니다만, 그 때부터는 좀더 자주 쇼핑도 지인이와 저, 둘이만 간다거나 등산도 아빠랑 지인이만 가는 등 노력은 했으나 애기 때부터 모자랐던 엄마와의 시간을 메꾸기는 역부족이었을 겁니다.

중학 1학년이 된 지금
다시 예전의 활달하고 넉넉한 모습으로 돌아와 있는 지인이에게 종종 변명처럼, 이야기 합니다.

동생에게 시샘을 느끼거나 엄마의 관심이 늘 모자라는 것처럼 느끼는 것, 그리고 학교에서 교실로 찾아오는 동생때문에 반갑기보다 당황스러운 경험은 건강한 형제가 둘이나 있는 3남매의 맏이인 엄마도 마찬가지였다고. 다만, 동생에게 장애가 있어서 엄마를 빼앗기는 시간이 더 길고 교실에 온 동생을 다른 친구들이 이상하게 보는 것은 엄마가 겪지 않은 곤란이라고.

그래서 미안하다고. 그러나
엄마는 너를 세상에서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보석이라고 생각한다고. 무엇보다 너는 지용이가 태어나면서 정체 모를 불안으로 정말 세상에 낙이 없었던 때,
세상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야하는 이유가 되어 주었다고.

그 때, 네가 있어주어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지용이가 피카소보다 그림을 잘 그리고 일기는 꼭 동시같다며 웃을 때마다 그러는 네 마음이 더 예쁘다고. 그리고 동생은 동생이고 너는 너 나름의 인생을 네 뜻대로 살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합니다.

다운 형제 여러분 다들 비슷하실 겁니다.

모두들 다운 형제에 대한 갈등과 일반인들과는 다른 이해 속에서 남다르게 지내는 것이 사실 아닙니까?

형제 사이트에서 여러분들이 세상에는 그리고 부모에게는 차마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수다로 풀면서 서로 솔직해지는 시원한 모습, 보고싶습니다.

**************************************************

....--;; 이 마음은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현재진행형일 것입니다. 정말 지인이는 우리 가족에게 얼마나 큰 위안인지 모릅니다. 물론 지용이도 우리 삶을 긍정적으로 바꾸게 해준 귀한 아들이구요^^


'다운느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심장수술 & 토처리  (0) 2002.11.21
집에 오면  (0) 2002.11.14
메~기 한 마리!!  (0) 2002.11.06
때로는...  (0) 2002.11.03
10월의 마지막 밤에~.~  (0) 2002.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