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느낌

심장수술 & 토처리

다우니77 2002. 11. 21. 12:56


1) 1999년 지용이 5학년 때 심장수술에 관하여 다운홈에 썼던 글.
2) 토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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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용이는 91년 12월 19일, 생후 3년 10개월 만에 심장수술을 받았습니다.
88년 2월 4일 입춘, 새벽부터 진눈깨비가 종일토록 내리던 날, 커다란 진통도 없이 순조롭게 자연분만으로 세상을 맞이한 지용이는,

그러나 울지를 않았습니다.

숨 쉬지 않는 신생아를 둘러 싼 분만실의 분산스러움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그 순간부터 지용이는 생후 1개월간을 인큐베이터 속에서 호흡기의 도움으로 지내게 되었습니다.

어제 일만 같습니다. 그런데 벌써 11년 반이 지나, 아이는 현재 초등학교 5학년이며 다른 아이들과 다름없이 건강하고 명랑합니다. (14년이 지난 2002년 현재, 중2)

솔직히 아이의 심장 수술을 앞두고 망설였습니다. 어차피 죽는다는데...산다해도 장애를 갖고 어찌 이 약은 세상을 살까...그러나 생후 6개월 가량을 넘기면서 감기에도 금새 입원을 할 정도로 고생을 하는 아이를 보면서 우선은 아이가 살아있는 동안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단순한 생각으로 수술순서가 빨리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요즘은 외과술이 발달되어서인지 돌 이전의 아기들도 수술을 합니다만, 10년 전에는 아이의 체력이 수술을 감당할 만큼 기다려야 했고 수술도 서울대 병원 정도여서 또 기다려야 했습니다.

기다리면서도 계속 갈등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드디어 수술을 받고 회복실에 누워있는 아이를 보던 순간, 진작 서둘렀어야 했다는 미안함에 눈물이 나왔습니다. 아이의 뽀얀 얼굴과 애기다운 입술색에 그래, 아기 얼굴은 이런 빛이어야 했어 하는.

수술 전에 네돌이 다 되어가는데도 손을 잡아주어야 발을 떼던, 그것도 20여 미터를 못가고 주저 앉던 아이는 수술 3개월 후, 생후 4년 3개월여 만에 제 발로 걷게 되었습니다.

꿈같았습니다.
아이가 제 발로 걸으면서, 엄마인 저도 비로서 아이와 함께 어려움이 있더라도 해 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감기 등 잔병치레가 거의 없어졌습니다. 그 동안 숨도 잘 안쉬어지는 상태로 아이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어른인 나는 머리만 조금 아파도 온통 짜증을 내면서 말이죠...

지금 지용이는 가슴에 수술흔적을 가지고 삽니다. 그러나 친구들과 학교 운동회도 하고 매일 태권도도 하면서 활발하게 지내는 모습과 스스로의 가치를 주위에 보여주며 즐겁게 사는 아이를 볼 때마다 수술을 망설였던 내가 미련했다고 반성합니다. 장애건 아니건 아이는 나와 같은 세상에 태어 난 소중한 생명이라는 것을 아이에게서 배우며 삽니다.

아이가 살 만한 세상을 만들어 주고 싶은 것이 모든 부모의 바램아니겠습니까? 건강을 회복하도록 돕는 일은 사회가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균등한 기회를 주기를 기다리는 일보다 훨씬 손쉬운 일입니다.

저는 하나씩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회가 달라질거라고 아이가 태어날 때 부터 희망했었고, 이제 정말 조금씩 사회가 달라지는 것을 보면서 그 희망을 더 크게 키우며 삽니다. 아이와 함께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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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살아있는 동안 최소한 숨이라도 편히 쉬어야 겠지요^^

엊그제는 감기가 장으로 왔는지 저녁부터 새벽까지 10분간격으로 토하는 녀석을 지인이와 번갈아 "디게 힘들겠다...무지 괴롭겠다...또야??? 어떻커니..."궁시렁 궁시렁 쫒아다니면서 '토처리'를 가르쳤습니다. 휴지와 물로 닦기, 회장실에 튀긴 파편 제거하기, 샤워든 이든 닦기 등등 뒷처리법을요--; 별걸 다 가르칩니다...만, 혼자해야지요^^ 학교에서 우유를 쏟거나 해도 녀석이 잘 안치워서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말을 듣습니다...어휴~ 그 고집--;; 어쩌겠어요..입이 닳도록 네일은 네가 해야 한다고 말하다보면 언젠가 하겠지요..

우리집 녀석만 그런지 모르겠으나 애기 때부터 느~을 윽박지르기, 때려주기 그딴 거 보다 성질 꾸-욱- 참고...
'네가 그렇게 하니까 엄마가 (친구가, 아빠가, 할머니가) 무지 기쁜걸, 기분 좋은걸' (할머니, 아빠, 선생님 등 주위사람 팔기)
'아기 아니지? 자기 일은 자기가 해야 청소년이라니까' (자존심 건드리기)
'깨끗이 치우고 도와주는 사람이 폼나고 멋있던 걸' (자만심 부추기기)

얼르고 달래고 꼬시고 그리고 필히 직접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더 오래 가더군요^^

에휴~ 참아야 하느니라...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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