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느낌

쪽지와 낙서

다우니77 2005. 5. 29. 10:25

 

지용이 누나는 올해 미술대학 1학년입니다.

 

초등학교 다니다 귀국하여 한국말이 서툰 아이에게 보습학원보다 일단

체력이 국력이고 자신감에는 뚝심이 필수라고 외치며 ^^ 게다가.. 문화적 충격도 다소 있던 터라

정서 안정에는 음악이 아스피린이라 여기며

피아노는 물론이고 오카리나든 단소든 하겠다는 건 뭐든 시켰더니 곧잘 하더군요..

그러나 음악에 소질이 있는게야.. 흐뭇하던 것도 잠깐.. 초등 5학년 쯤

아예 피아노에 먼지가 앉게스리 거들떠도 안보길래 그럼그렇지.. 일찌감치 꿈을 접고 -.ㅜ

애기 때부터 체조랑 자전거에 인라인을 기본으로 수영에 검도로 다져온 터,

귀국 후엔 태권도를 더해서 태권도장과 수영장을 드립다 뺑뺑이를 돌렸습니다.

체력 하나는 끝내줄걸^^ 자신하며 중학입학!

 

중학 입학 후, 남들처럼 보습학원 시작, 공부 안한 애 치곤 그런대로 여유로운 성적을 유지^^

....하는가 했더니 꼭..!! 미술에서 점수를 까먹더라구요...

어쩌겠습니까.. 중학 2학년 때 우선 성적을 어찌 해보자고 미술학원에 보냈는데,,,

생뚱맞게 '나 애니메이션고등학교 할래...'하는 겁니다.. 그게 그 때 애들의 트랜디였으니까..

 

그러나..!! 애니매-션,, 그거 아무나 하는 겁니까.. ㅇ.ㅎ; 당근 말리려는 심산으로

'그게,,,그러니까,,글을 많이 읽어서 창작력이 무지 받춰줘야하고..그림도 따라줘야니깐...'

'미술을 제대로 한 다음에 생각해야 하잖을까..' 설득 반 우격다짐 반으로 그림공부를 본격시작,

결국 1년 반 후에 애니고가 아닌 예고에 입학했습니다.

그러나... 그 후로도 시도 때도 없이 머리를 맴맴 도는 생각은... 은근슬쩍 밀어부치긴 했는데...

재능이 있기는 한 걸까??? 미술 잘한다는 소릴 들은 적 없잖어?? 무지 고민스러웠습니다.

 

아무튼 고3 내내 미술하느라 학교 작업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방학 때, 혹은 주말에는 수능 단과 듣는 생활이 계속되었습니다..

예고 애들 화려하다는 말은 귓등으로 넘기고 오밤중까지 손이 허옇게 트도록 진흙과 씨름하고 

옷자락이 노랗고 벌겋고 콘테로 숯검댕이가 되어 들어와 힘들어 보여도 늘 해피해 했습니다.

이제 대학에서 본격적으로 작품을 하니 자부심도 늘고 신이 났습니다^^

자기 작품을 설명할 때는 눈이 반짝이고 얼굴에 빛이 다 난다니까요ㅎㅎ

 

오늘 아침 지용이가 낙서장으로 쓰는 공책에서 옛날에 쓴 듯한 지인이의 시를 발견했습니다.

아마도 중1 때,,, 혹은 초등학교 6학년? 암튼 수업시간에 끄적인 글인듯 합니다.

 

앞에 계신 선생님 눈치보며 살금살금 쓴 글인듯 합니다.

초등학생 수준의 글이지만...한글을 늦게 깨우친 애인지라..

술술 말이 이어지는 것만으로도 대견해 하며^^ 녀석에게 허락도 없이 슬쩍 공개합니다 ㅎㅎ

어제까지 학교 축제에서 달걀말이 파느라 아직 죽은 듯 자고 있는 녀석이 알면 한마디 하겠죠^^

어디서 찾았어?? ... 못말려~!!

 

아이들 키우는 재미^^ 오늘 아침, 새삼스레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아래는 오늘 아침, 오래된 누나 낙서장 찾아 뒷장에 그려 온 지용이의 새 낙서^^입니다.

tv 영화에 나오는 유희왕이라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