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느낌

오늘도 일해요^^ (곧 짤릴지도 몰라~ㅎㅎ)

다우니77 2013. 8. 29. 11:03


오늘도 일해요~~

오늘로 83일째, 세달차에 들어선지도 열사흘째입니다.

경험상 아르바이트생들, 세달째 들어서면 슬슬 그만둘 생각들 하던데 녀석도 예외가 아닙니다^^

지지난 주, 2박3일간 레알 자~유~롭던 교회 수련회 후 피곤했던 모양입니다.

일요일에 늘어지게 쉬더니 다음 날이 월요일이라는 걸 급 떠올린 녀석..놀던 장난감 뺏긴듯한...^^


채용한 쪽에서 그만두라고하는 상황은 생각해 봤으나 본인이 그만두고 싶을 수도 있다..놀람!! 

정말 일하는 게 싫어서 그러는 거라면 그만두라 해야지,,아니..설득해야하나,,?? 

어찌할꼬,,했으나 예상외로ㅎㅎ

     1. 일 피곤하지?, 동료랑 어울리지 못해 힘들어?  

     2. 그만두고 주말엔 교회가고 평일엔 뭐할까?

     3. 아빠 사무실에서 냥이랑 놀고 게임하고 그림그리고 

        엄마랑 출근해서 일하고..할 게 많네^^ 그럴까??


이상의 질문에 대한 녀석의 답

      1. 아님..몸은 조금 힘든데, 같이 일하는 거 좋음..

      2. 뭐할지 잘 모르겠음..

      3. 아님..일하러 가는 게 더 좋음..


모든 월급쟁이들처럼 녀석도 휴가 끝에 그냥 주~욱 게을러질테닷!! 였던 것 같습니다.

남푠이 그러더군요..녀석도 일하는 즐거움, 의미를 느낄 뭔가 필요하다고.

자신의 월급으로 뭐든 하고 싶은 것을 하게 되면 좋아할 것 같다고.

엄마의 비호하에 엄마 가게 사람들과의 화기애매한ㅋㅋ!! 교류와 달리 

모르는 곳에서 혼자 한다는 것은 좋았는데, 왜 일해야 하는 지는 알 턱이 없을터..

남들처럼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것도 아니고,, 진짜 왜 일해야할까요??


암튼 남푠 말대로 월급도 탔으니 그 돈으로 뭐하고싶냐? 했더니 

소박하기 그지없게 영화 보러 가잡니다. 

지난 번엔 뜬금없이 돈벌어서 엄마 차바꿔준다며 무슨 색깔이 좋냐며

지금 차가 좋다했더니 그건 비싸다며 빨간색 어떠냐며 지나가던 빨간 모닝 보며 저거 어떠냐며..

녀석도 남들처럼 차를 갖고 싶은가보다..했더니만 기껏 영화보러 가겠답니다. 

지난 달, 아빠랑 월드워z 본게 좋았나봅니다..


이럴 때 녀석이 안스럽습니다.

하고싶고 가고싶고 갖고싶은 것 많을 나이인 녀석 머릿속, 경험속엔, 그닥 별게 없네요..


곧 짤릴지도 몰라~~ㅎㅎ 

오늘도 이 빗 속에 씩씩하니 출근했습니다. 

그리 가벼운 마음은 아닐겁니다. 어제 드디어 사건이 터졌으니까요..

저도 전화받고 늦더위에 머릿속이 타는 듯 했고 오늘은 빗줄기가 마음으로 쏟아지듯 착잡합니다.


장애인도 자기생각대로 움직이고 어깨너머 배우거나 나름 이해한 방식으로 의사를 나타냅니다.

이런 자기표현과 사회성, 대체 어디까지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요.

장애인은 종종 비장애인의 상식과는 다른 표현으로 사람들을 곤혹스럽고 경계하게 합니다.

있는 듯 없는 듯 그림처럼 조용한, 우수어린, 천사같은,,장애인ㅎㅎ드라마에서나 가능한 모습이지요.

  

오늘 동료에게 사과하고, 소통도구였지만 일할 땐 물론, 퇴근후에도 카톡과 문자 자제키로 했습니다.

지금처럼 했다가는 짤린다는 것은 확실하게 이해했을 겁니다.

혹시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은 걸까했는데 완전 단호하게 '나는 계속 할거야'랍니다.

그래서 씩씩하게 대답하고 부지런히 움직이기로 약속하고 연습까지 했습니다. 사과도 연습했습니다..

아빠엄마가 예뻐하는 지용이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욕먹는 미운이되면 슬프니까ㅠㅠ

멋있는 지용이가 다른 사람들에게 못난이되는 것은 속상하니까...


남들은 아빠 엄마처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 어렴풋이 알겠지만 잘 모르는 것 같고 

알아서 움직이고, 싫어도 할일 하는 것이 사회생활이란 것도 납득하질 못했더군요.

자신의 말을 사람들이 못알아듣거나, 남들처럼 하고 싶은데 어찌할 지 모를 때, 게다가

하기 싫은 데 누가 일시킬 때는 욕을하거나 툴툴거리거나 성의없는 답을 하는가 봅니다. 

욕은 나쁘다고 알면서도 왜 그러는 지... 나이로 서열을 매기고 폼잡는 것도 문제입니다.

저보다 어린 사람이 일을 시키면 안듣는답니다..거꾸로 저는 쉬엄쉬엄하면서 다른 친구들에겐 잔소리..

그리고 본인은 친구하고 싶은 마음이었겠지만 카톡과 문자로 수시로 남들을 곤란하게 했더군요. 

답 안하면 언짢은 욕을 섞어 연달아 보냈더라구요...사회성 없는거지요.. 

돈관리를 잘 못해서 늘 애태운터라 간섭했더니 본인이 썼거나 스스로 사줬으면서 친구가

사달라 했다고 거.짓.말..해서 저도 그 아르바이트생을 이상한 애로 오해했습니다. 

미안해 어쩔 줄을 모르겠더라구요..그 친구도 어린데 맘고생 상당했을 겁니다. 


안일했던 것이 실수였습니다. 게다가 녀석의 적극성이 걸림돌이 될 줄 몰랐습니다..

잘한다잘한다 했던게 화근이었네요. 자신감을 주려했는데 그게 옹고집이 됐네요...

타인과의 관계는 예의가 기본이라고 가르쳤는데 헛일 했네요^^

우호적 분위기,,제 매장에선^^ 꽤 신사적인데 변수가 많은 상황에선 안통했네요.


그러니 장애인이지 아니면 장애인 소릴 듣겠습니까^^


나는 계속 할거야..!!

상황이 녹녹치 않은데도 본인은 하겠다는 의지가 상당합니다. 

사실 83일 동안 지각이 한번일 정도로 출근, 성실했습니다. 매일 5-15분 일찍 출근^^

사람들 속에 끼고 싶은 마음인 겁니다...어울림 아닌 끼기라도 하고싶어하니 마음 아프죠..

어쨌든 실수가 비장애인에겐 그저 실수지만 장애인에겐 트라우마입니다. 

문제들이 쉽게 안고쳐질 것이고..타인에게 가족같은 이해심을 기대할 수도 없으니 난감,,

애초에 채용한 측이 힘들어할거라 예상은 했으나 그보다 스트레스 심한 듯합니다^^


일을 그만두면 간단한데 본인은 일하고 싶다니...고민입니다. 일단 행동을 고치도록 얘기중입니다. 

사과하고 카톡보내지 않고 대답 크게하고 좀더 빨리 움직이고 밥도 빨리먹고 거짓말않고..

장애인이란게 권리도 벼슬도 아닌데 고집할 수는 없으나 시도 자체가 귀하니 어렵습니다.

그러나 80일 넘게 한 것만도 대단했으니 녀석의 근무태도에 변화가 없으면 민폐 거둬야죠^^

손털고 '뒤로 돌앗..'해서 엄마가게로 오면 됩니다^^


지용이 화이팅

제가 9년째 편의점 운영하면서 만난 아르바이트들, 실수투성이에 어처구니 멘탈 가진 친구들 많았으나 

지용이를 채용한 쪽 입장에서는 폭탄알바 종합선물세트 같이 느껴졌을 겁니다. 

장애인과 같이하는 것을 상상도 못해본 사람들에게 잡코치도 없이 무턱대고 던져진 느낌도 있습니다.

아직 우리 사회는 그런 경험이 일천하고 호의만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쯤에서 한번 웃어야 할까요? 

여기서 아들을 위한 변명 한마디,,제 매장에서 일할 때 보면 띄엄하긴해도 땀나게 열심히..합니다^^


굳닥터를 보면서 희망고문이지만 이런 드라마도 가끔은 괜츈~~했습니다만,

서번트신드롬인 주인공과 달리 장애인의 일상은 숨쉬는 매순간이 끝없는 장해물경주라는 것을

싸이 노랫말처럼^^'알랑가몰라'ㅎㅎ 그래도 간혹 긍정적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 있죠.

정부의 장애인고용촉진법, 급여지원과 미채용패널티도 감솨~ 기회와 희망의 출발이니까요^^


이런 저런 분들께 감사드리면서 끝으로 지용이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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