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사생대회가 있었습니다. 올림픽 공원에서^^
거의 끝나갈 무렵 지용이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놀러가도 되요?" 연이어 녀석의 목소리도 들립니다. "애들이 놀러간대..."
안될 이유가 뭐 있겠습니까.
얼마 후 두런두런 들어서는 녀석들...한 두어 명인 줄 알았더니 왕창이더군요,,,그것도 여학생들만ㅎㅎ
컴퓨터 게임도 하고 건반도 치고 주로 얘기를 하더니 올 때와 다름 없이 조잘조잘 돌아갔습니다.
언젠가 제가 없을 때 놀러 와서, 물론 전화로 허락을 구하고 라면 먹고 설겆이까지 하고 갔는지라
처음 있는 일은 아닙니다. 근데 이렇게 길을 텄으니 조만간 또 몰려 올 듯 합니다.
한가지... 언제나 여학생들과 어울려 다니는 녀석,,, 괜찮은 걸까요??
남학생들은 집에 가서 게임하겠다며 각자 뿔뿔이 가버렸다네요..이기,,,뭔 일이래요--;;
클릭하면 쪼금 크게 보실 수 있는 거 아시죠. |
사실,... 지용이가 만나는 사람이 가족과 친척, 의사, 사회복지사, 담당 교사, 가다가 동네 사람...
그리고 친구를 시도 때도 없이 집에 데리고 오는 (아빠를 닮은게야 -.ㅠ;;) 큰 아이 덕에
어려서부터 지금까지도 큰 아이 친구들과 놀거나...
아주 애기 때는 같은 어린이 집 다니는 아이들이 친구가 되기도 했는데
초등학교 이후는 다른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친구관계를 만들어 가기는 힘들었습니다.
한 동네에서 사람들 속에서 조금 더 자연스럽게 어울려 살기를 바라며
집에서 멀리 떨어져 스쿨버스를 타야하는 특수학교가 아닌
동네 애들이 함깨 다니는 집 근처 학교에 보냈는데
그렇게 하면 아이들과 스스럼 없이 어울리게 될 거란 생각은 너무 안이했습니다.
현실은 동화 속 같지 않더라니까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 갈 수록 학교 운동장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지고
너무 늦는다 싶어 데리러 가면
덩그러니 운동장 한켠 모래 밭에 가방이랑 양말을 여기 저기 던져 놓은 채
모래, 나뭇가지, 돌을 가지고 혼자 놀고 있는 모습..
눈이 아니라 가슴 속에서 찡 하며 눈물이 흐르는 경험..
그 때는 생각해 보면 아이들이 지용이와 친구관계가 아니라 관찰자, 도우미의 역할이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거나 하면 지용이가 아니라 제게
'아줌마, 이러이러 일이 있었어요, 지용이가 저러저러 했어요' 등
아이들 입장에서는 지용이와 어떻게 어울려야 하는 지 난감하기도 했을 겁니다^^
특수학교에서는 친구를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 중학교는 특수학교를 보내고자
세 군데의 특수학교를 방문한 결과,,,
제일 관건이었던 친구 문제는 특수학교도 학교 안에 의사소통이 되는 친구가 많지 않고
어른들인 선생님들과 주로 대화하게 되며
집을 중심으로 아이가 사는 지역에서 교류가 만들어 져야 하는데
기반이 되어야 할 사는 동네에서 낯선 애가 되어버린다는...
따라서
의사소통, 신변처리,,,되면..통합학교에 보냈다가 정,,,아니다 싶으면 그 때 전학을 시키라는..
중학교에 들어 가면서 그래도 한 동네에서 오래 알고 지낸 덕에
아는 체 하거나 간간이 대화를 하고 어울리기도 했고
친구들 중에는 문자를 보내거나 학교 밖 행사 때 일부러 지용일 챙기는 등
초등학교 때보다는 그래도 아이들과 어울리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그 때 친구들은 지금도 간간이 문자를 보내곤 하데요^^
마치 형님들처럼 걱정하는 내용의 문자ㅎㅎ '공부 잘해라', '재미있니?' 등..
길에서 스치기라도 하면 멀리서도 '지용아-' 부르며 아는 체도 하구요.
'누구냐'고 물으면 '3학년 때 같은 반'이라거나 '어, 후배야'라며 당연스런 반응^^
졸업식 때는 일부러 지용이 반까지 와서 사진을 찍고 가는 친구도 있었으니까요 ㅎㅎ
가끔 지용이와 같이 있는 게 불편하거나 어색하지 않은 친구들 모습에서
역시 같은 울타리에 있다보니 서로 어울려 가는구나 느끼기도 했습니다.
고등학교 입학 후, 더 어려울 줄 알았던 친구 문제는
지역 안의 장애학생들이 한 학교에 모이게 되어 숫적으로 많아져서인지
통합학교에 진학하는 장애청소년들이 대체로 신변처리, 의사소통이 되는 친구들인 것인지
아무튼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학교 안에서 장애친구들과 더 돈독해지더군요.
비장애학생들과는 여전히 지나가며 아는척 하기,
서로 이름을 부르며 가끔 참견하기..가 이어지는 거 같고^^
집에 놀러 온 친구들도 모두 특수학급 친구들입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역시 맘이 맞고 뜻이 통해야 친구라는 생각^^ 했습니다.
친.구.와 함께 있는 녀석의 표정이 행복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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