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느낌

알바도 소중한 지용씨^^

다우니77 2013. 6. 15. 12:28

 


녀석의 편의점 경력은 8년차입니다..^^

애초에 제가 편의점을 시작한 계기가 녀석의 '일자리마련'이라는 매우 현실적 이유에서 였습니다.


2004년, 녀석이 고교에 입학했습니다.

고교입학 후 저도 녀석과 함께한 지 16년차에 들면서 타성이 붙었달까 왠지모르게 느긋해졌지요^^ 

지하철을 혼자 갈아타면서 학교가고(물론 연습했지만 정말 몇.번.만에 놀랍게도 혼자 가더라구요)

중학교 때보다 친구도 쬐끔ㅎㅎ 생기고(일반고지만 장애학생은 특수학급에 모여있게 되면서 얼결에ㅎㅎ )

특수학급 담당교사 문제로 학교측과 마찰이 심했고 교육청에 민원도 수차례 넣었고 돌이켜보면 녀석의 고교시절, 영화 같기야 했겠습니까만, 어찌어찌 다니고는 있었으니 상당히 알.흠.다.웠^^지요ㅋㅋ

그러다 슬쩍슬쩍 졸업후..를 궁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장애인의 삶은 빤합니다. 학교 그리고 학교이후.

학교다니고 있을 때까지는 그래도 꽃이지요^^

암튼 녀석이 태어난 이래 주-욱 '성인이후의 삶'이 화두였는지라 알만큼 안다고 생각했으나 막상 내 자식 일이 되니 막막하기 짝이 없더라구요. 비장애인의 성인이후도 부모가 걱정은 하나 대개 본인들이 알아서한다는 점에선 우리 애들은...뭐 갑갑하지요^^


방향을 부모가 잡아야하는데 직업선택의 최근 트렌드를 알길 없으니 거기서 거기, 폭이 좁더라구요. 

레알,,장애인이 학교를 벗어난 이후의 모델이 거의 없더라니까요...그때그때 달라요..구요.

장애인을 위한 채용설명회도 가보고 장애인 채용 매장도 가봤으나 결국 복지관의 직업프로그램에 들어가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장애인 일자리라는 것이 거의 한시적이고 장애인이 제몫을 주체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상당부분 이해와 배려를 세트로 달고 있는 모습. 배려, 필요하지만 그래도 뭔가 도움이 되어야 월급받는 게 떳떳하지..가 딜레마였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내가 녀석의 일자리를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일자리의 기준은 

   1. 사람들과 늘 만날 수 있어야 한다.

   2. 안전해야한다.

   3. 단순작업이어야 한다.....였습니다.


베스킨 라빈스, 던킨도너츠, 편의점

이 셋이 대상이었습니다. 위의 세 조건을 거의 온전히 충족시키는 듯 보였으니까요.

그중 베00과 던00은 생각보다 개점비용이 엄청났고 무엇보다 오븐을 사용한다는 것이 걸렸습니다.

빵 굽다가 화상이라도 입으면 어쩌나...하는 단순걱정^^ 그리하여 남은 후보가 편의점이었던거죠ㅎㅎ

요즘처럼 편의점의 수익이 열악하다고 소문나기 전이었으니 그런대로 괜찮은 선택이었습니다. 그 때는..

2005년 7월, 녀석이 2학년 되던 여름에 오픈하여 방학동안 간간이 함께 일하면서 보니,

예상대로 안전했고 단순했고 다른 알바생들 덕에 늘 사.람.들 속에 있게 된 점,, 만족스러웠습니다.


이제 졸업하면 할일 생긴거임^^하며 맘 푹 놓던 고3 가을쯤, 가끔 뵙던 교수님 한 분이 지용이의 대학진학을 권하신 겁니다... 생각지도 않고 있다가 졸지에 백석예술대학에 입학. 다시 학생신분이 되는 바람에 편의점에 몰빵시키려던 계획은 다시 몇년 뒤로 밀리게 되었지요^^


 

지난번 아빠 생일에 누나 작업장에서^^




 

그럭저럭 백석대 회화과 졸업후 나사렛대 1년 더 다니고 학교와는 정말 빠빠잉~~

누나 미술작업장에서 그림그리며 백수로 어영부영 2년, 간간이 편의점..,, 얼렁뚱땅하다가

누나가 본격 작업에 들면서 그림을 혼자 하려니 죽도 밥도 아닌 그야말로 진정한 백수됐지요 ㅋㅋ

하여 올해부터 편의점에서 시간 맞춰 일하는 습관을 들이기로 했습니다.

인사하고 청소하고 정리하는 것이 주업무였고 당근 서툴지만 그런대로 성실. 제 눈엔 곧잘 하는 걸로ㅎ^^ㅎ

하긴 편의점 들락거린 짬만 벌써 8년차 아닙니까^^


그.러.다. 드뎌 사장 아들이라ㅎㅎ 다른 알바들이(물론 그들이 진심 우호적이었다고 믿습니다ㅋㅋ) 상당히 편파적으로 호의적일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벗어날 기회가 슝~~하고 찾아왔습니다.

같은 세븐일레븐이지만 좀 객관적이고 주체적으로 움직일 기회를 잡았습니다.

비장애인이면 본인 선택에 따라 지원하면 될 알바를 녀석은 밑밥 8년 깔고 부탁을 둘러 둘러 지난 주 다른 매장에 면접을 다녀온 겁니다. 농담처럼 건넨 부탁을 현실화 시켜 일자리를 주선해준 분의 세심한 배려, 오랫만에 녀석 덕에 장애인부모로 돌아가서 감사했지요^^ 그동안 잊고 있었습니다. 녀석이 장애인이란 것과 편의점이 녀석 때문에 시작했다는 것을. 

면접하고 돌아온 녀석의 얼굴에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기쁨이, 뿌듯함이 보였습니다. 

아침밥 먹고 나갈 지 말고 나갈 지, 버스를 어디서 내려야 하는 지, 무슨 일을 해야 하는 지, 뭘 입고 출근할 지..월급도 받는다는데 받으면 콘서트도 갈 수 있다며 녀석의 즐거운 고민은 끝이 없습니다.

지금도 엄마에게서 월급을 받고있었지만, 녀석에게도 엄마에게도 그건 그냥 용돈 개념이었을 뿐. 다른 곳에서 돈을 받고 일한다는 성취감, 남다른 것 아니겠습니까^^ 


당장 월욜부터 출근하는 녀석을 위해 어제는 땀 뻘뻘, 버스정거장과 근무지를 왔다갔다 했구요^^

내일은 새옷도 몇벌 살 예정입니다. 녀석의 변화에 저도 오랫만에 한껏 들뜨는 기분입니다. 

장애인의 취업이 어떤 의미인지, 녀석의 기쁨이 어느 정도일지, 아마 모를 겁니다. 당연하게 취업하고 당연하게 독립하는 대개의사람들은요.. 


근데,,,근무지에 <최지용 사용설명서>라도 드려야 하지 않을까요??

   1. 익숙하다

   2. 덜 익숙하다

   3. BGR...


저야말로 편의점 8년차에 녀석보다 무개념 알바도 숱하게 봤는데도 

정작 녀석에게 붙은 '장애인'꼬리 때문에 오히려 녀석에겐 '추신'이 따라 붙어야 하니 말입니다^^

걱정이 끝이 없습니다만, 알바자리도 그지없이 소중해하는 녀석 덕분에 오늘,, 즐겁습니다.



 


2009년 경 어느날, 물건을 보충하기 위해 메모하는 중,. 신라면의 '辛'자를 그리는 중입니다^^

요즘은 외우거나 폰으로 찍어서 물건을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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