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용이의 졸업을 앞두고
편입이 길인지 아닌지 재고 또 쟀습니다.
마지막까지 미루다 겨우 원서를 넣고, 그리고도 마음은 반반이었습니다.
예까지 온 것도 어딘데 편입까지 해서 뭘하려고...하는 마음에,
말이 그렇지 가려는 학교가 지방인지라 기숙사에서 생활해야 하는데 쉽겠나 하는 걱정에,,
녀석은 과연 편입을 원할까?? 등등
사실
이만하면 지금껏 '참 잘했어요' 도장 서너 개 감은 될만큼 녀석은 잘해왔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쉬엄쉬엄해도 되지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쉬엄'이란게 녀석에게는 형체가 없더란 말입니다.
집에서 쉬어 봐?? 햇다가도 다른 이들처럼 일상적으로 만나는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언어연수를 받을 것도 아니고, 군대엘 가는 것도 아니고
(녀석이 제일 하고 싶어하는 것은 군대에 가는 겁니다..친구들처럼 형들처럼 ㅎ)
그저 컴퓨터 게임과 혼자하는 낙서,,, 혼자 노래듣기,, 가끔 올림픽 공원에서 혼자 인라인,,,혼자,,혼자,,혼자!!!!
그리고는 교회활동..
원래 녀석 때문에 시작한 편의점이었으니 그곳에서 일도하고
누나 작업장에서 간간이 그림도 그리고 그래볼까..했다가도
결국 가족의 보호 속에 머물러 다른 사람들과의 직접적인 교류가 사라지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편의점에서의 일'도 녀석이 방학 때마다 잠깐씩 시도해 봤으나 겉에서 보듯 수월하지도 않았고
솔직히 엄마가 운영하는 곳이니 언제고 필요할 때 시작해도 되지 싶기도 하고^^.
그러면서 막상 4년제 대학에 편입을 시키려니 다시 걱정되고..
녀석이 원하는 일일까,,, 괜한 도전으로 고생만 시키는 것이 아닐까...
돌고도는 생각 속에 횡설수설입니다만 그렇게 고민이 많았습니다.
학교가 서울이 아니라는 점도 큰 고민거리 입니다.
속을 들여다 보면 이제껏 백석예술대학 다니는 동안도
시험날 아침에서야 시험이란 것을 알고 어디서 보는 지 급히 과대표에게 물어본다든지
리포트 안냈다는 것을 한참 지나서야 친구들에게 우연히 듣고 얼렁뚱땅 급조, 표지만 덮어 내게 한다든지
캔버스가 없어서 얻어 썼다는 것을 무려 한 학기가 지나서야 알고 감사를 표한다든지
그 동안도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황망+건성한 사건들이^^
그리했어도 뒷수습이 가능한 지척에 있는거랑 물리적으로 뚝 떨어져서 혼자 하는 것은 또 다르겠지요
물론 그곳에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늘 그랬듯이 녀석의 손을 잡아 주는 사람들은 있겠지만요.
그.러.나..
큰 아이나 저처럼 장애인 소리 듣지 않는 사람들도
진로에 대해서 내용에 차이는 좀 있지만 비슷한 크기의 고민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큰 아이나 저처럼, 녀석의 비장애 친구들처럼
녀석에게도 자유로운 시간이 좀더 주어져도 좋지않겠나 하며
편입을 결정했습니다. 새로운 기회를 또 만들어 보는 거죠^^
여러가지의 새로운 경험 속에 지금까지처럼 쑥 클겁니다.
그렇게 망설이다가 어느 대학으로 할 것인지 인터넷을 뒤지고 학교에 전화로 소심한 문의를 하고
또 한참을 뺑뺑 돌다가 1월 9일, 천안에 있는 나사렛대학교 토이디자인학과에 편입원서를 넣었습니다.
면접일 다되어 지원상황을 보니 2명 모집에 녀석 혼자 지원했더군요^^
하여간 끝내주게 운은 좋은 녀석입니다.
지방에 그것도 순수미술이 아닌 토이디자인이라는 다소 생소한 과여서 그랬는지도 모릅니다만,
저는 녀석의 운으로 밀어부치렵니다.
20일이 면접일이었으나 1명이 지원하는 바람에 면접없이 합격하는 듯하더군요.
편입학 조건이 60학점이상 이수였는데
그닥 훌륭헌 성적은 아닐지라도 80학점이 넘는 학점에 과락도 없었으니
요건은 충족시킨 셈이죠^^
허나, 우린 학교에 합격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지 않겠습니까.
학교가 녀석에게 합당한지를 알아봐야 겠어서 과 사무실로 연락, 장애인이라고 밝혔습니다.
면접이 없다면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가서 상담이라도 하고 싶다고...
그 순간, 전화기를 타고 건너오는 야릇한 얼버무림,, '회의 중이라서요..다음에 다시'
후후..
그랬습니다.
장애인의 수학은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위기..
그 때가 1월 말, 마침 녀석의 졸업축하를 핑게로 큰 아이가 미술전공인 것도 덤+덤으로 얹어
이 환율에!! 유럽에 놀러갈 예정으로 있었던 터라, 학교측의 벙벙한 대응을 일단 덮어둔 채
비행기를 탔습니다.
열흘이나 런던과 파리의 미술관을 발바닥 부르트게 섭렵하고 2월 9일 돌아오자
위의 사진과 같은 합격통지서가 도착해 있었습니다. 등록금 고지서와 세트로^^
당근, 학과 사무실로 연락했습니다. 상담하고 싶어서,,,허나 방학 중이어서인지 계~~속 불통.
등록 마감일이 13일인데 학교측 반응이 신통찮으면 등록포기!! '마음 말끔비우기'에 들어가려던 차에
11일 오후, 입학처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등록의사를 묻는.
제가 교수님과의 면담이 필요할 것 같다고 하자 핸폰을 알려주시더군요. 그러나 이번에도 연락난감.
12일에 녀석과 아빠 그리고 저, 셋이 무턱대고 천안의 학교로 갔습니다.
마침 졸업식 날이더군요. 입학처 직원분 말씀은
'장애인이 전문대를 졸업하고 편입원서를 접수시킨 예가 없었다.
장애인 편입이 처음인지라 사정안이 마련되어 있지를 않았다.
신입학이면 면접과 사정을 통해 입학이 어려울 수 있다.
장애인 특례도 아니고 필요한 학점을 이수, 일반편입으로 원서를 냈으니 요건이 맞아서 합격통지를 했다.
법적으로 장애인의 입학을 막지는 못한다.
해당과에서 수학에 어려움이 있지 않겠느냐는 말씀은 있었다...'
흠,,,역쉬^^
그래서 말씀드렸습니다.
'우리도 대학이 목적이 아니다. 아이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고자 했을 뿐이다.
아이에게 도움이 될 지 아닌 지를 알기 위해서 왔다. 상담 해 보고 등록할 지 말지 정하려고 했으나
담당 학과와 상담이 이루어지지 않아 직접 보려고 왔다.'
후훗
바로 이어진 대화는 해피엔딩~~..인지 아닌지 암튼 역전..
나사렛대가 장애인수학에 매우 도움이 될만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것,
녀석의 경우는 장애인도 아닐 정도라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것,
돌아오는 길에 착잡했습니다. 주변의 이해가 부족하면 부딪혀 바꿔보자?! 아니다 싶었습니다.
굳이 그렇게 할 것 까지야 없지...지금까지로도 충분했고 다른 방법으로도 즐겁게 지낼텐데,,,녀석이라면^^
역시 등록포기로 갈까보다...동화도 아니고 현실인데...
학교가 난감할 거 이해도 되고. 녀석의 고생도 빤히 보이고..
근데 솔직히 녀석이 편의점에서 일하고 누나 작업장에서 그림을 그린다는 게
결국 엄마랑 짝을 이뤄 종일을 보내야 한다는 건데...,즐거울까...에휴...
주말에 교회가는 것 말고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관계가 가능할까...
편의점에서 근무자든 손님이든 마주쳐야하는 사람들과 녀석 간의 커무니케이션은
어느 정도 가능은 하겠지만 얼마큼의 시간과 공이 들까...
궁시렁궁시렁...남편과 저의 그리 밝지 못한 대화가 되풀이되던 중에,
그러는 중에,,, 뒷자리에서 자는 줄만 알았던 녀석이 '갈거야!'랍니다.
또렷하게.. 갈. 거. 야.
돌아와서 할머님 댁에 들렀는데 할머님께도 그러더랍니다.
'나사렛대학교에 갈거라'고.
망설임 끝이죠 뭐, 훠이훠이 고고싱.. 이어야하나
13일 등록마감시간까지도 손가락 떨리게 고민한 끝에 등록금 납부했습니다.
기숙사도 신청하구요.
앞으로의 일은 일이 생길때마다 풀어가죠,,뭐. 지금까지도 그랬으니.
이렇게 녀석의 새로운 대학생활은 시작하는가 봅니다. 고민 끝에..
3학년으로. 편입생으로. 새로운 전공인 토이디자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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