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느낌

[신문] 영국의 장애인 작업장

다우니77 2004. 1. 30. 13:29

영국의 장애인 작업시설은 "사회적기업"이라고 부른다는군요. 

우리도 '작업장'이라는 이름의 장애인 복지제도를 봐온터, 낯설지는 않습니다만,

우리 "작업시설"은 "기업" 이미지보다는 그저 "보호시설"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우리의 "작업시설"들도 엄연한 "기업"으로, 장애인의 실질적인 직장이 되고

자립의 터전이 되어줄 날을 기대하며 옮겨왔습니다. 

[정옥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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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2004.01.20(화) 21:09  

 

영국이 찾은 제3의 길

 

 


△ 영국 웨일즈 지방의 수도 카디프의 사회적 기업 패킷의 직원들이 작업장에서 기념촬영을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가끔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작업장에서 즉석 춤자랑을 펼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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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눔과 연대 ‘사회적 기업’

    지난 6일 영국 웨일즈의 주도 카디프의 한 작업장. 10여명의 직원들이 봉투에 우편물을 집어 넣느라 부산하다. 높은 등받이 의자에 앉은 두 여성이 도드라져 보인다. 땅딸막한 몸, 가는 눈, 납작한 코. 전형적인 ‘다운 증후군’ 증상을 갖고 있다. 보통 염색체 이상으로 생기는 이 병을 지닌 이들은 평형감각이 떨어지고 동작이 굼뜨다.

    하지만 매리(알더만)와, 안나(탐버렐로)의 일솜씨는 비장애인 못잖게 손놀림이 아주 재바르다. 7년동안 일해왔다는 매리(37)는‘일이 어떠냐’는 물음에“처음에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게 부끄러워 화장실에서 숨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아주 좋다. 만족한다”고 답한다.

    매리에게 회사는 단순히 돈을 벌게 해주는 곳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장애보다 더 큰 소외감으로 어둔 나날을 보낸 그에게 회사는 웃음과 자부심을 주었다. 매리가 다니는 회사 이름은 패킷(Pack-it)이다. 지난 1988년 장애인들에게 일할 기회를 줘 치료효과를 꾀하는 사회복지 프로젝트의 하나로 문을 연 회사이다. 당국의 보조금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던 이 회사는 지금 세계 각지에서 일을 따낼 정도로 튼튼한 기업이 됐다. 2003년 매출액은 창립 첫해에 견주 스무 배나 많은 140만 파운드에 이른다. 사업규모도 포장 및 우편물 배달대행업에 창고업까지 늘렸다.

    직원은 현재 시간직급을 포함해 모두 22명이며, 이들 가운데는 청각장애인 등 신체 장애인은 물론 정신장애자, 전과자 등이 절반가량 포함돼 있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구분 없이 필요에 따라서 하며, 그 어떤 차별도 없다.

    이 회사의 ‘주인이 누구’며 ‘수익은 어떻게 배분하느냐’는 물음에, 존 베넷 대표는 “회사는 모두의 것이며 애초 이윤이 목적이 아닌 만큼 수익은 대체로 재투자하며,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거나, 직원들을 위해 쓰기도 한다”고 답했다.

    이처럼 장애인이나 일자리가 없는 이들에게 일할 기회를 주는 기업. 수익보다는 나눔과 연대를 먼저 생각하는 기업. 주인과 머슴이 따로 없고 모두가 주인이자 모두가 종업원인 기업. 그러면서도 당당히 기존 기업들과 경쟁해 수익을 거두며 발전하는 기업. 결코 꿈이 아니었다.


    이런 형태의 기업을 영국에서는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이라고 부른다. 아직 통일된 개념규정은 없지만 영국 통산성은 “잉여를 재투자에 사용하며, 사회적 목적 추구에 우선적인 목표를 두고 운영되는 기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패킷은 특히 영국 통산성과 사회적 기업 후원업체 등이 해마다 선정해 시상하는 '2003년 최우수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이기도 하다.

    영국 수도 런던 동쪽의 가난한 자치구인 그린위치. 이곳에 가면 또 다른 형태의 사회적 기업을 볼 수 있다. 바로 수영장 등 각종 레저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업체, 그린위치 레저(GLL)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이 회사는 그린위치 등 대도시 런던에서 여섯 군데나 레저시설을 운영한다. 매출액은 2000년 1110만 파운드, 2002년도에는 2천만파운드, 2005년도 목표치는 3천만 파운드에 이른다.

    이 업체는 탄생 배경과 운영형태가 특히 눈여겨볼만하다. 애초 그린위치 자치구의 예산으로 운영되었으나 1993년, 자치구의 예산삭감 결정에 따라 20%의 직원 삭감과 두 세 군데 지역의 계열사 폐쇄에 직면하게 됐다. 많은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는 데다 당시 폐쇄 결정이 난 레저시설은 가장 가난한 주민들이 살던 지역의 것이었다. 자치구 담당자, 지역 협동조합 개발 담당자, 노동조합 등이 머리를 맞대고 자구방안을 모색하다 결국 종업원들이 직접 운영하는 비영리 협동조합으로 탈바꿈하는 걸로 결론짓고 새롭게 운영에 들어갔다. 회사 형태가 달라지면서 많은 게 달라졌고 그래야만 했다. 비용절감, 서비스개선, 잔업폐지 등이 이루어지고, 휴일에도 운영하기로 했다. 특히 휴일운영은 소비자들, 즉 주민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적극적인 주민참여로 지금 지역 주민의 절반에 해당하는 13만명의 주민들이 이 업체의 회원이 됐다. 가난한 주민 및 장애인들은 거의 반값에 시설을 이용한다.

    회사 운영은 18명으로 꾸려진 이사회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사회 구성원 가운데 11명이 직원들에 의해 직접 선출된 종업원 대표들이다. 나머지는 3명의 구의회 의원과 2명의 선출된 소비자 대표 그리고 1명의 노동조합 대표와 경영진 대표 등이다.

    최근 몇년 사이에 영국에서는 이런 사회적 기업이 하나의 ‘현상’을 이루고 있다. 셰필드, 노팅험, 썬더랜드 등 영국 도시 및 농촌 곳곳에서는 사회적 기업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왕성한 활동을 벌이거나 속속 생겨나고 있다. 사회적 기업간에 경험을 나누고 서로를 돕는 연대조직, 사회적 기업가 양성을 위한 학교, 자금지원 조직 등 관련 기관들의 창립 및 움직임도 더 없이 활발하다. 지난 1997년 노동당 정부가 들어선 뒤 고용창출 등 정부 전략에 적절히 맞물려지면서 사회적기업 성공전략이 정부 차원에서 마련되면서 돈이 풀리고, 또 통산성 내에 별도의 사회적 기업 담당부서가 설립되는 등 사회적 기업 환경이 매우 좋아졌기 때문이다.


    △ 패킷 직원들이 우편물 봉투에 자료를 넣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 전문가 앨런 세번은 “양적으로는 많이 성장했지만, 정부의 실질적 지원은 미미하며, 여전히 특정지역에 한정돼 있다”고 평가했다. 사회적 기업의 전국적 규모를 알 수 있는 통계는 아직 없다. 최근 영국 제2의 도시 버밍엄과 인근지역을 포함한 웨스트미드랜드 지역을 상대로 조사한 통계를 보면, 사회적 기업이란 이름으로 분류되는 기업은 이 지역에만도 3311개(이 지역 전체 기업의 2.8%)에 이른다.

    사회적 기업의 형태는 아주 다양하다. 장애인이나 노숙자 등 소외된 이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형태로 운영되는 곳은 사회적 회사(Social Firms), 노동자들에 의해 민주적으로 운영 및 통제되며 조합원들의 보상과 고용안정을 목적으로 하는 소비자협동조합, 일정 주택이나 부동산 거주자들에 의해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통제되는 형태의 주택협동조합, 주로 가난한 지역에서 위험부담이 높은 대출자들에게 대출을 해주는 신용협동조합 등이 있다. 또, 지역사회 주민들에 의해 민주적으로 운영 및 통제되는 기업인 공동체기업, 자선단체가 설립한 독립 사업체, 지역사회 소유의 경제개발구로 지역사회 안에서 부와 고용을 창출할 것으로 목적으로 세워진 지역사회개발트러스트 등도 하나의 사회적 기업이다.

    기업규모는 아직 20명 이하의 작은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사업분야도 여전히 교육 환경 노인 및 장애인 돌보기 등 주로 사회복지서비스산업에 치중돼 있다. 패킷이나 그린위치처럼 냉혹한 시장경제의 현실 속에서 자생력 있는 기업으로 살아남는 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많은 사회적 기업 전문가들은 가장 중요한 성공비결은 ‘상업적 마인드’라고 주저없이 강조한다. 냉혹한 시장 경제 속에서 살아남아야 일자리 창출의 효과는 물론 사회적 목표도 추구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현재 사회적 기업으로서 성공하고 있는 기업의 대표들에게 이런 태도를 확인하는 건 어렵지 않다. 이런 접근은 때로는 사회적 목적추구라는 목표가 퇴색 되는 한편 자본주의 경제 논리에 쉽게 빠질 수 있는 위험성이 없잖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살아남은 것 자체만으로도 아직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카디프·런던·버밍엄/ 이창곤 기자 goni@hani.co.kr

     

     

    ♬ 화양연화 OST - Yumeji's The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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