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느낌

지나가던 바람도 5000번 쌓인다면

다우니77 2004. 10. 1. 18:19

 

백만일번째 홈방문객과 데이트를 했다는 당대표도 있었고^^하여 나도 한 5000번쯤 방문하면 이벤트를 해야하나,,했더니만 추석 쇠느라 손 놓고 있는 사이 휘딱 넘어버린 방문객님들께,,

 

지나가던 바람도 5000번 쌓인다면 흔적이 남을 겁니다. 그러니 5000번의 방문객은 분명 제 마음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을 겁니다. 한편으로는 그저 애 키우며 사는 얘긴지라 생활에서 크게 벗어나지도 매끄럽지도 않은 때로는 어둡기도 하고 가끔은 우울한 속내를 비추기도 했을 글을 많은 사람들이 읽고 지나갔다는 사실에 손끝이 떨립니다..

 

녀석이 태어나고 한 두어달 지났을 때인가,,, 지금은 간호학과 교수님이 된 친구가 아이의 자라는 모습을 잘 기록해 보라고 권했습니다. 그 땐 애랑 같이 죽을까 살까를 고민하였던지라 어이가 없었습니다. 남의 일이니까 그런 한가한 소릴 하나보다고.. 오래 못살거라는 녀석을 기록해서 두고두고 마음 아플 일 있냐고. 당근 내키지 않았습니다. 큰 아이의 경우는 처음 자른 머리카락은 물론이고 그 날 먹은 우유와 이유식이며 가끔 커서 자신이 자랄 때 세상이 어땠는지 실감나게 보라고 신문스크랩까지 했으면서 말이죠^^ 

 

그러나 오래 못살기는 커녕 꼬물꼬물 커가면서 입을 떼고 엉덩이로 기고 방긋거리면서 부터는 떼부리고 사고치는 것까지 어찌나 기발하고 신선하고 재미난지 큰 아이와는 또 달리 귀엽고 애틋하고... 부부가 함께 비디오로 사진으로 열심히 녀석을 담았습니다. 지금도 아이들을 담은 사진첩과 애들이 그린 낙서장들이 가보입니다.

 

초등학교 입학식 때, 운동장에 다른 친구들 속에 나란히 서있는 녀석을 보며 그랬습니다.

"우리 애도 학교에 간다...남들처럼!!" 

중학교 땐 녀석만 교복 입는 양 더욱 벅차했지요. "남들처럼!! 교복 입고....!!". 

고등학생인 지금도 "잘~ 생겼다!! 멋있는 걸!!" 아침마다 모퉁이를 돌아 갈 때까지 지켜봅니다.

 

녀석이 엉뚱하거나 별스러울 때 남들은 지적장애가 있어 그런가보다고 할 겁니다. 그것을 우리 가족은 독특한 녀석의 개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녀석의 독특함은 의외의 즐거움을 주고 우리에게 집착과 서두름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그리고 사는데는 기다림과 꾸준함이 아주 많이 필요하다고 알려줍니다ㅎㅎ.

 

우리는 가족 중에 "다운인도 있을" 뿐입니다. 다운인과 그 나머지가 이렇게 그냥 살아가는 별날 것 없는 흔한 일상 속에서 가끔 바로 그 다운인 녀석이 파생시키는 웃음과 따뜻한 느낌의 순간을 어딘가에 담아 놓고 싶었습니다.

 

오며가며 방문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리며 모두 복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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