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가을, 조선일보에 저희 가족이 소개되었습니다. 다운이든 아니든 조금 다를 뿐 이상할 것 없다고 평소 생각하던 것을 수다스럽게 풀어 놓은 것인데 글로 만들어지고 보니 새삼스럽네요^^. 두서없는 이야길 글로 다듬으신 김기자님, 사진찍느라 수고하신 황기자님, 감사합니다. 이러한 글들이 다운과 다른 장애인, 사회적 소수인들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하는데 작으나마 보탬이 되기 바랍니다. [정옥생각]
이 가족이 사는법<21> '다운증후군' 지용이네 "집안에 웃음 퍼뜨리는 보배" 홀로 서게 자연스레 뒷받침 ▲ “장애도 개성이래요!” 춤출 때 가장 행복하다는 지용이와, 건강하다는 이유만으로 부모에게 늘상 “네가 알아서 해!”라는 말을 듣고 자란 지인이. 남편을 아직 ‘승국씨’라고 부른다는 김정옥씨와 최승국씨의 얼굴은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다. (황정은기자 fortis@chosun.com) 그날 지용(14)이는 10시가 돼서야 늦은 아침밥을 먹었다. 일이 꼬인 시초는 집안 청소였다. 엄마에게 300원씩 받고 매일매일 하게 돼 있는 청소를 게을리 했다가 아버지에게 혼이 났다. 엉겁결에 숙제 안한 것도 들통이 났다. 아침 청소에다 밀린 숙제까지 하고 나니 해가 중천! 밥알을 우물대는 지용이의 입이 댓자나 나왔다. 엄마 김정옥(46)씨가 곁에서 말한다. “지용이가 벌써 중3인데 직업과 일에 대한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장애아라고 언제까지 부모가 돌봐줄 순 없으니까요. 1년쯤 전부터 ‘엄마는 밥 하고, 아빠는 매일매일 나가 돈 벌어오고, 누나는 밤 늦게까지 공부하는데 대체 너는 뭐하냐?’고 다그쳤어요. 우유가 먹고 싶다고 하면 ‘네가 일해 모은 돈으로 사 먹어라’ 그랬지요. 지금은 단련이 돼서 청소기에 여러 개의 솔을 바꿔 끼워가면서 구석구석 청소도 잘해요. 패스트푸드점 청소 아르바이트 하는 게 아이의 1차 목표랍니다.” 그러고 보니 다운증후군을 앓는 지용이는 이 집안에 웃음을 퍼뜨리는 주인공이다. 화가 지망생인 누나 지인(16)이는 학교에서 스트레스를 잔뜩 받고 들어와도 자신의 그림속 주인공들의 표정과 포즈를 시도때도 없이 흉내내는 지용이 때문에 배시시 웃음을 터뜨린다. 어떤 날 아침엔 식구들 머리맡에 요구르트가 하나씩 놓여있다. 목말라 먼저 일어난 지용이가 저 혼자 마시기 미안해 잠든 엄마, 아빠, 누나의 머리맡에 놓아둔 것들. 잠깐 외출 나갔던 엄마가 돌아와 누런 거품이 동동 뜬 쌀이 밥솥에 올라앉아있는 걸 보고 기겁한 적도 있다. “엄마 위해 밥을 짓겠다고 씻지도 않은 쌀에 물만 붓고 밥솥에 앉힌 거예요.” ▲ 지용이가 익살스럽게 누나의 조각상과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아버지의 장담대로 지용이는 행운아였다. 아들이 태어나면 함께 축구장 가고 등산 가는 게 소원이던 최씨는 주말이면 누에고치처럼 아이를 포대기에 말아 어깨에 짊어진 채 온가족을 이끌고 산에 올랐다. 심장을 수술한 뒤 평생 못걸을 줄 알았던 지용이가 네 돌 지나 첫걸음을 떼었을 때 누구보다 기뻐한 사람도 그다. 간혹 친구의 돌잔치에 갔다가 만취되어 돌아와서는 “야 이 놈들아, 너희들만 아들 있냐, 나도 아들 있다” 주정하기도 했지만, 업어달라고 떼쓰는 아이를 무섭게 호통쳐 결국 저 혼자 걸을 수 있게 했던 엄하디 엄한 아버지다. 엄마 김정옥씨 역시 지용이와 함께 단단해져갔다. 남과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로 놀림받는 아이 때문에 속울음을 울면서도 막상 의지할 데 없어 외로운 부모들. 서로 상담해 주고 이끌어 주면 그 짐이 줄어들까 싶어 ‘다운회’란 모임을 주도한 그는, 지난 7월 서울 공릉동에 건립된 다운복지관의 상담실장으로 요즘도 밤 열두 시가 넘도록 엄마들과 전화상담을 한다. “친정어머니도 저를 사람으로 만든 건 지용이래요.(웃음) 이겨낸다, 극복한다, 그런 말 참 싫은데, 어찌 됐든 수많은 사람들 만나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용기있는 여자가 됐답니다.” “살면서 부딪치는 웬만한 어려움은 숨 한번 크게 쉬고 부딪히면 해결되더라”며 웃는 김정옥씨네 가족. 밥 한그릇 뚝딱 비우고 배를 두드리는 지용이를 기특하게 바라보던 지인이가 뜬금없이 삼겹살 먹던날 얘기를 했다. “며칠전 식구가 함께 삼겹살을 먹고 돌아오는데, 지용이가 갑자기 ‘별!’ 하고 외쳐요. ‘어디?’ 하고 올려다보는데 정말 서울 밤하늘에 별이 가득한 거예요. 지용이는 그런 아이에요.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보여주고 일깨워 주는 사람이요.” (김윤덕기자 sion@chosun.com ) |
'다운느낌' 카테고리의 다른 글
[book] (0) | 2004.01.27 |
---|---|
[신문] 다운증후군 우리누나 (0) | 2004.01.27 |
[한걸음 일지] 지하철 혼자 타기^^ (0) | 2004.01.20 |
...도전 골든벨을 아시니요^^ (0) | 2004.01.18 |
볼쇼이 소감^^ (0) | 2004.0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