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집을 비우고 스키장에 갔던 녀석이 돌아왔습니다. 오자마자 아빠에게 전화부터 합니다. 사진 중간에 있는 제 얼굴, 녀석이 한컷 한겁니다. 구도가 제법 되지~~요^^
아이들 어려서는 가끔씩의 아이들의 부재가 즐거웠습니다. 캠프를 가거나 할머님댁에라도 간 날은 왜 그리도 들뜨든지^^ 친구 집에 전화하고 동숭동이냐 광화문이냐 아님 남푠이랑 시내에서 데이트를 할까 궁리에 분주합니다.
결국 늘어지게 늦잠 자고 끼니도 거른 채, 커피만 줄창 마시고 이도저도 아닌 하루를 보내기 일쑤였던 한심^^ 노는 데도 기획력이든 기동력이든 있어얀다니까요..
결혼 전, 워낙 호기심천국이었던지라 동서남북 잘 다니고 즐기기에 충실했던^^터, 결혼과 함께 10개월만에 아이가 태어나면서 정신없는 몇년을 지내고 나니 '여유'라는 말이 있는지 조차 잊고 지내게 됐습니다. 누구나 그렇듯이.
녀석을 만난 후에는 잦은 병치레로 병원으로 교육기관으로 둘러메고 다니느라 혼자만의 시간이 되면 오히려 멍했던 것, 생생합니다. 좋은 시절 다가고 삶이 담보잡혔다고 낙심천만하고 있던 때였습니다.
그러다 아이가 새록새록 살아나고 생각보다 술술 커주면서 아이들에게 매이는 시간이 줄어들기 시작하더니,어느 순간, 오호라 이게 왠 봄날이냐 싶게 자유로워지더란 말이죠.
솔직히 이젠 녀석들이 없는 시간이 심심합니다. 작은 아이가 이틀간 집을 비운 사이 외출에서 돌아오면 집이 횡하고 썰렁~한 게 아주 낯설더군요. 앞으로 아이들이 더 커서 큰 아이가 집을 떠나게 되고 혹시 녀석도 독립을 하게 되면 그 땐 잔손 갈 일 없는 시간들이 여유롭기보다는 소외되고 잊혀진 듯해서 씁쓸하겠지요^^ 사람 간사한 겁니다.
그 때는 남편에게 잔소리 하는 낙으로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건 미리 연습할 일도 아닐텐데 요즘들어 부쩍 전에는 눈도 안줬던 소소한 일들에 아옹다옹, 가재눈이 되곤 합니다ㅎㅎㅎ
아-,,, 입춘인 오늘, 녀석의 16살 생일입니다.
아이들 생일을 국경일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우린 이런 날은 만사 제치고 가족이 모여 해피버스데이를 부릅니다. 만, 오늘은 어쩌다 보니 누나는 학원에서 아빠는 거리에서 밤 이슥도록 바쁜 날인지라 일찌감치 스키캠프를 마중갔다가 둘만 살짝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축하를 했습니다.
안전하게 잘 깍인다고 선전 팡팡 해대는 질레트 면도칼로 수염도 혼자 깍고 목소리도 걸걸하니 어엿한 청년으로 변한 녀석이 대견합니다. 그러다가도 앞날에 대한 걱정이 현실로 성큼 다가오는 듯하여 편치가 않습니다. 다만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지금보다 훠~ㄹ씬 희망적인 곳일거라 믿고 걱정을 털어버리고 싶습니다.
먼데 소리까지 속삭이듯 들릴듯한 눈오는 밤입니다. 자정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여전히 사락사락 쌓이고 있습니다. 차수를 바꿔가며 바깥 일에 열중하고 있는, 아님 집에 데려다 줄 택시를 기다리고 있을 남편에게 핸폰이라도 쳐얄것 같네요. "모해요~ 꽁꽁 얼기 전에 얼릉 돌아와요~~ 보고 싶다니깐"
♬ 노래 제목을 모르겠습니다^^;; 아시는 분, 꼬리 달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