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외로움 이겨내는 법, 너만이 알고 있지"
자라지 않는 소녀 트루디, 어슐러 헤기 글, 지젤 포터 그림, 베틀북

“장애는 질병이 아니라 개성”이라고 주장하는, 다운증후군 장애인의 엄마가 있었다. “지능은 조금 떨어져도 춤 잘 추고 유머 뛰어난 아들이 내겐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남자”라고 자랑하면서!
장애를 개성으로 받아들이는 사회가 언제 도래할지는 모르나,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다름에 대한 이해, 장애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는 책을 읽히는 것 역시 부모의 역할이다.
“내일 아침 눈을 뜨면 다른 아이들만큼 커졌으면 좋겠어.”
밤마다 이런 소망을 품고 잠드는 여자아이 트루디는 이른바 ‘난쟁이’라고 불리는 성장발달장애아다.
팔 다리를 길게 늘어뜨리기 위해 손이 저려올 때까지 문틀에 매달려 있고, 자꾸만 커지는 머리를 작게 만들려고 엄마의 실크 스카프로 머리를 칭칭 동여매는 노력이 안쓰럽고 사랑스럽다.
|
 |
|
▲ |
|
|
외모가 특별한 장애인으로 어린 트루디가 느끼는 외로움은 그 이상이다. “다리도 짧고, 교실 옷걸이에 팔도 닿지 않는, 나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을 만났으면….” 마침내 트루디의 소원이 이뤄지는데, 바로 서커스 공연장에서다.
거구의 코끼리 두 마리를 데리고 무대에 등장한 난쟁이 조련사, 피아 아줌마! 작달막한 몸으로 가볍게 움직이며 코끼리를 무릎 꿇리고, 무시무시한 사자의 입에 머리를 들이밀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빼내는 아줌마의 모습에 트루디는 넋이 나간다.
‘우리처럼 작은 사람도 뭔가를 할 수 있구나.’ 자신감을 얻은 트루디는 관객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피아의 요청에 무턱대고 무대로 나간다. 아줌마와 팀을 이뤄 멋진 묘기를 선보이며 난쟁이들이 산다는 ‘마법의 섬’에 대해 즉흥으로 이야기를 엮어가는 트루디. 공연이 끝난 뒤 무대 뒤로 찾아간 트루디와 피아 아줌마가 나누는 대화는 감동적이다.
“왜 우리는 한 곳에 모여 살 수 없나요?” “벌써 살고 있는걸. 지구라고 부르는 곳에.” “마법의 섬에 모여 살면 더 이상 혼자가 아닐 텐데요.” “넌 혼자가 아니야. 난 혼자라는 느낌이 들면 나처럼 생긴 수백 명의 사람들을 상상한단다. 러시아, 이탈리아, 프랑스, 포르투갈…. 세상 곳곳에서 혼자라고 느낄 사람들을 떠올리면 그들과 연결돼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단다.”
그래도 따라가겠다고 조르는 트루디에게 “네가 나랑 같이 간다 해도 혼자라는 느낌은 바뀌지 않아. 그것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너 자신밖에 없다”고 일러주는 피아 아줌마. 난쟁이라는 건 정상이며, 심지어 아름답다는 피아의 말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된 트루디는 또 하나의 작은 소망을 품는다. “언젠가 나만의 집이 생기면 나한테 꼭 맞는 크기의 가구를 만들 거야.”
(김윤덕기자 sion@chosun.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