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걸음 일지] 지하철 혼자 타기^^
Flying - Steve Barakatt
"자~ㄹ 할 수 있지!!"
"당연하지~ 내가 왜 못해?"
지용인 지난 주부터 3주일동안 성모자애복지관의 겨울방학학교에 다닙니다. 마침 복지관이 지하철역에서 가까운지라 이번 기회에 지하철 타는 연습을 하기로 했습니다.
지금껏 어디서 길을 잃든지 간에 집에 올 때 내리는 역만 확실히 알면 어떻게든 찾을 거라고 생각, 줄기차게 '몽촌토성 역'만 가르쳤습니다. 그래서 누가 8호선 타는 것만 도와주면 집까지 잘 왔습니다. 실은 지난 가을, 실험예술제 퍼포먼스에 참여하기위해 마포장애인복지관과 홍대 앞까지 다닐 때, 귀가를 도와주신 봉사자님들 덕에 익힌 거죠. 덕분에 학교에서 현장학습 나갈 때도 친구들과 갔다가 8호선만 같이 타면 혼자 돌아오기 때문에 제가 훠~ㄹ~씬 수월해 졌죠. 아이가 한걸음씩 나아갈 때마다 부모는 앞날에 대해 안도하게 되고 게다가 몸도 편해진다니까요^^
이번에도 8호선이지만 '복정역'은 지금까지와는 반대방향입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집에 오는 것은 다닌 지 이튿날부터 혼자할 수 있었습니다. 어지간히도 '몽촌토성역'이 머리에 주입되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아침에만 함께 다니며 노선을 익혔고 드디어 오늘, 혼자 가기로 했습니다.
9시20분에 지하철역으로 가서 역무원 아저씨께 "표주세요, 감사합니다"하고 개찰구로 들어가 잠시 멈칫, 손가락으로 왼쪽, 오른쪽 가리키고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모란방향 승강장을 향하더군요. 그 때까지 잠자코 있던 제가 얼른 "잘 할 수 있지?" 한마디 다짐 하니까 예의 건방가득한 표정으로 "당연하지~ 내가 왜 못해?"
녀석이 승강장으로 사라진 후, 저는 쏜살같이 역을 나와 주차장으로 갔습니다. 집이 역 바로 옆인지라 얼른 차를 가지고 복정역을 향했습니다. 혼자 잘 갔는지 확인도 해야하고 잘 못 가고 있으면 실어와야 하니까요^^;
지난 번에 전철에서 잠이 들어 분당까지 가버린 일이 있었거든요. 그 일 때문인지 녀석은 지하철 안에서 잘 앉지 않습니다. 아마 그 일을 잊을만하면 다시 앉을것이고 또 졸다가 지나치는 일도 거듭되겠지요. 그럴 때를 위해서 도움 받는 것도 가르쳐야 되더군요. 잘못 탔을 때는 꼭 <역무원 아저씨>께 "도와주세요, 몽촌토성역에 어떻게 가요" 하라고 시켰습니다.
우리 부부는 도움이 필요할 때 <길 가던 아무나>가 아닌 <역무원><안경가게><빵집><슈퍼><복덩방>, 그리고 <파출소>등에 가서 도움을 청하라고 가르칩니다. 근데... 그 때 그런 분들이 안계시면??? 그럴 땐 <아.줌.마>들께 부탁하라고 합니다. 해당되시는 분들, 기쁘시죠? 믿어도되는 사람들로 뽑히셨으니까요^^
복정역에 도착하면서 핸폰을 쳤습니다. "어디 있니?" "(심드렁하게) 복정-" "복지관 버스 타러 가야지?" "(당연하다는 듯이 )안다니까 ---"
잠시 후, 백미러로 보니 녀석이 다른 친구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역을 나와 기다리고 있던 셔틀에 올라타더군요. 그 때 제 핸폰이 울리는 겁니다.
"엄마, 거기 왜 있어?" 들켰습니다. 같은 종류의 차가 늘어서 있어도 항상 용케 찾아냅니다. 차번호를 보고 아는 것이 아니고 색깔 바랜 것이나 흠집 같은 걸로 아는 것 같습니다. [지능지수]는 그렇다치고 확실히 [생활지수]가 대단하다니까요ㅎㅎㅎ. 여웁니다^^'
아무튼 복정역까지 혼자 가는 연습, 대 성공입니다!!
[연습과정] 우선 지하철을 타고 어지럽게 그려진 노선도에서 우리집에 올 때 내리는 '몽촌토성역'을 찾게 했지요. 한참을 헤매더니 고갯짓으로 '저어~기'합디다. 늘 폼생인 녀석은 다른 사람들이 있는데서는 서툴게 보이고 싶지 않은겁니다.
다음으로 1호선부터 차례로 무슨 색으로 표시되어 있는지를 같이 구.경.하면서 집에 갈때 이용해야하는 2, 5, 8호선이 무슨 색인지 맞추기로 했습니다.
"2호선이 뭔 색이지?", "8호선이 주황인가, 핑큰가?"
그리고는 역을 지날 때마다 바깥 사인을 보기도 합니다. "크게 써 있는 것이 지금 역이구나" "그것도 몰랐어? 엄마는?(핀잔 분위기)" "조금 전 역은 그럼 조거니?" "다음 역은 뭐지?", "(득의만만, 그러나 주위에 안들리게 작은 소리로)송파역이지~"
어느 날은 가는 방향과 반대 승강장으로 내려 가더군요. 그럴 땐 열나는 것을 꾸~ㄱ참고 따라가서 "우리 어디로 가야되지?" "복정...저쪽아닌가?" 실수에서 배우는 것이 크잖습니까. 경험해야 제일 확실하게 기억합니다.
[옛날에] 초등학교, 중학교 때에도 혼자가는 데 익숙할 때까지 잠 많이도 뒤따라 다녔습니다. 녀석이 모르게 혹은 알게. 그 때로부터 그리 오래 지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지금은 한가지씩 익히는데 훨씬 빨라졌습니다.
[ps.1]
지용이가 3주씩이나 겨울학교에 다니고 그것도 아침 9시 좀 넘어 나가면 오후 4시나 되어야 돌아오니 신난 사람은 사실은 접니다^^
[ps.2]
지용인 겨울학교 3주간 매일 인라인, 수영, 등산, 자전거 등 스포츠를 하고 옵니다. 겨우내 방콕할 뻔 했는데 아주 알차게 지내고 있습니다. 겨울학교 끝나면 2박3일간 복지진흥화가 주최하는 스키캠프도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