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느낌

무지막지 심~심~

다우니77 2003. 2. 3. 22:22

녀석이 할머니 집엘 갔습니다.

아니, 설에 할머님 댁에 가는 날, 녀석은 짐을 쌌습니다. 팬티 두개, 양말 두개, 방바닥을 헤집고 다닐 때 편~리~한 츄.리.닝...눈가림용 책 한권, 만화 한권, 그리고 글쓰기 공책...볼펜은 할머니집에 잔뜩 있으니까 생략하고...

그렇게 짐부터 쌌습니다. 겨우내내, 언제 할머니집에 가서 책보라는 말, 글 쓰라는 잔소리, 청소하라는 협박 안듣고 평~화!~롭고, 자~유~만끽하며 지내보나- 손을 꼽던 눔입니다.

그리하여 설에 할머니댁에 가는 녀석의 기분은 해방구를 찾아가는 빠비용입니다.

설 즐겁게 지내고 가족들이 집에 간다고 모두 현관으로 나갈 때도 녀석은 혹시 엄마가 집에가자고 손이라도 잡아 끌까봐 그러는지 안방으로 쏘옥 들어가서는 고개도 안내밉디다^^ 그렇게도 좋아하는 사촌동생들이 집엘 가는데도 안내다보고...

흠흠..녀석은 집에 가잘까봐 그랬겠지만 내가 녀석을 왜 잡겠습니까~ 저만 해방이 아니라 나야말로 만만센걸요^^

근데..말입니다. 녀석을 떼어놓고 돌아와 집에 들어서는데 훼~ㅇ 하더라구요. 언제나 외출에서 돌아오면 "아빠, 엄마, 누나, 수고하셨어요~" 외치곤하는 녀석의 소리가 안들리니까 어찌~나 썰렁한지. 그리곤 어제 종일 남편이랑, 지인이랑 무뚝뚝한 세 식구만 달랑 남아서 멀뚱멀뚱 있으려니 아~ 딥다 심심하더라구요..급기야는 아빠가 지인이를 발로 툭툭 차면서 지용이가 없으니까 너라도 놀아줘야 되는거 아니냐며 말도 안되는 투정을 하더라니까요???

오늘, 전화를 했습니다. 그러나..녀석은 전화도 안 받는다네요? 할머니가 재밌다십니다. 그러나 녀석은 3일을 못넙기고 모레 쯤, 지가 먼저 전화할 겁니다. "이제 맘이 바꼈어..집에 갈래~"하면서 말입니다ㅎㅎㅎ

암튼, 방학 때마다 반복입니다. 할머니집에 가는 날은 혹성탈출이라도 하는 양, 짐싸들고 갔다가는 며칠을 못있고 집으로 쪼르륵 와버리는 녀석의 변덕!!
녀석을 떼놓고 올때는 만세삼창이라도 할 듯 희희낙낙하다가도 집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남편, 지인이, 나, 입을 모아 심~심~해!!를 연발하는 고질병...

암튼 오늘,
녀석은 부재 중입니다.
지용이 없는 지용이네는 껍데기만 남은 모나미볼펜입니다.

늦은 저녁을 먹던 지인이가 주절주절... "심심해.."
밤늦게 귀가한 남편은 들어서기가 무섭게 두리번... "지용이 안왔어? 그럼, 누구랑 놀아~"
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