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느낌
집에 오면
다우니77
2002. 11. 14. 09:54
중학교에 들어간 후 3시 반에서 4시 사이에 집으로 돌아오는데 아주 가끔 5시가 넘어서 옵니다. 운동장에서 다른 애들이 노는 걸 보기도 하고 끼워주지는 않겠지만 참견도 하고 그러다가 오는가 봅니다.
집에 오면 뭘할까요..
일단 제게 집에 왔다고 전화로 알립니다. 그리고는 입 '오글오글뿌' 양치를 하고, 손은 씻는 시늉만 하고, 그리곤 팽이를 돌릴 겁니다. 게임도 하고 혼자 만화도 보다가 맘 내키면 피아노 치거나 (주로 도레미...) 책을 쓰거나 읽기도 한답니다만, 그건 어쩌다입니다. 그것보다 조금 자주 청소기를 돌립니다.
일주일에 두번은 미술을 하러 가고 토요일에는 새롭게 배우기 시작한 드럼을 하러 역시 점심 먹자마자 다시 나갑니다. 미술을 하든 드럼을 하든 그건 모두 지용이에게는 사람을 만나고 어울리는 시간입니다.
일요일에는 인라인스케-트를 타거나 아빠랑 스타크래프트를 합니다.
저녁이 되면 제가 좀 늦는 날은 알아서 라면을 끓이든 전자레인지에 밥을 뎁히든 냉장고에 있는 햄을 후라이팬에 굽든 해서 먹고 치워놓습니다. 역시 기분 내키면 설겆이도 합니다...내가 다시해야할 정도로 미끄덩~해서 그렇지 얼마나 신기한지...
밤에는 일기를 씁니다. 일기는 초등학교 1학년 여름,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그림일기부터 시작했습니다. 차츰 그림 곁에 단어를 하나씩 쓰게 되었고 2-3학년 경에는 슬슬 커-다-란 글씨로 한바닥을 채우다가 4학년 때는 조금 말되는 글로 발전을 하더니 중학교 이후로 완전히 혼자 씁니다. 처음에는 엄마랑 같이 얘기하면서 쓰면서 글자를 가르치면서 그러느라 한바닥에 15-6단어 그리기를 1시간씩 걸렸습니다. 지금은 2-3분만에 후딱 쓰고 언제나 '다썼다 끝'이라고 시~원하다는 듯 날라가는 글씨로 끝을 맺습니다.
일기가 끝나면 씻고 양치하고 입에 립그로스 바르고 가습기 물채워서 틀고 커튼 닫고
일찍 잡니다.
아침에 커튼 걷고 침대정리하고 가방챙기고 샤워를 한 후 밥을 먹고 급식주머니 챙겨서 버스타고 혼자 학교에 갑니다...어느날 갑자기 한번에 혼자하게 된 것은 아니구요... 사고도 치고 거꾸로도 가다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조금씩 조금씩 합디다.
성질 급한 에미가 잔소리 꽤나 했더랬습니다만 다~아 시간이 걸립디다.
엄마 욕심은 이렇게 단순한 일상 속에서 애가 알아서 혼자하고 어울리고 책임지는 것을 다 터득해 줬으면 하는 겁니다^^
덧글 :
정리하는 것은 누나보다 낫고 라면은 아빠 것까지 끓여주기도 합니다.
초등학교 땐 제가 겁나서 가스는 절.대. 못만지게하고 전자렌지 사용법만 가르쳤습니다. 그래서 학교갔다오면 전자렌지에 코코아나 피자 뎁혀 먹는 것 정도를 했습니다.
라면끓이기는 학교나 복지관의 사회적응프로그램에서도 배우고 집에서 누나가 하는 것도 유심히 보더니 어느날 혼자 해먹었더라구요. 어느 날 자~랑~스럽게 '엄마, 나, 라면 했다!!'전화가 왔습니다. 놀라기도 하고 걱정도 되서 허둥지둥 가스렌지 켜고 끄는 안전교육을 한바탕 했습니다 ~.~
근데...녀석은 꼭 예쁜 그릇에 담아서 김치랑 다 갖춰서 먹습니다. 평소에 모든 것을 얼마나 유심히 보는지를 다시 한번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