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대한민국지적장애인미술전
- “숨겨진 재능 발휘 장애가 없도록”
- 2010-09-04 오후 04:17
지적장애 2급인 최지용(23) 씨. 어릴 때부터 그림에 남다른 관심을 보인 그가 요즘은 자신의 얼굴 그리기에 몰두한다. 거울에 비친 얼굴 주름까지, 그것도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으로 세밀하게 표현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그가 유독 자화상에 몰두하는 이유가 있다. 인기 걸그룹 ‘소녀시대’ 때문이다. 최 씨는 소녀시대를 만나 자신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 ‘일생일대’의 꿈이다.
9월 2일 사회복지법인 온누리복지재단 주최로 열린 제1회 대한민국 지적장애인 미술대전 전시회장엔 최 씨가 그린 ‘내 얼굴’ 그림이 심사위원상 작품으로 당당하게 걸렸다. 그는 자신의 그림 옆에서 환히 웃고 있었다. 마치 소녀시대와 만난 것처럼.
최 씨의 어머니는 “아들이 전시회를 무척 기다렸다. 전시회에 소녀시대가 꼭 올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며 기뻐했다.
지적장애 3급인 중학생 박세종(16) 군은 엄마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전경을 실감나게 그렸다. 집 주변의 은행과 교회도 실제 풍경의 색채를 그대로 살려 표현해냈다. 마커를 사용해 건물 테두리를 그은 굵직한 데생의 어우러짐이 고급스러운 일러스트를 보는 느낌을 갖게 한다.
박 군에게 이 그림들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본인이 정말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힘을 주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의 희망은 대학에 진학해서 아빠의 모습을 그리는 것이다. 이러한 희망을 갖게 된 데엔 눈물 나는 사연이 숨어 있다.
박 군의 어머니는 “아들이 자폐 증세를 보인 후에 남편과 이혼했는데, 그 이후로 아빠를 잘 그리고 싶은 것이 아들의 꿈이 됐다”고 말한다. 미술대전 전시회가 아니었다면 그림으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려는 박 군의 마음을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지적장애 2급인 김대현(23) 씨는 대한민국 최고의 산업디자이너가 되는 게 꿈이다. 이번 전시회에 내놓은 작품에도 기발한 아이디어가 묻어난다. 그는 이번 미술대전에서 입상하면서 본인의 창작 능력에 대해 확실한 자신감을 얻었다. 그는 어려운 발성임에도 미래의 꿈을 또박또박 전했다.
“조르제토 주지아로(이탈리아의 세계적 디자이너)의 이탈디자인을 대한민국 상품에 그려 넣고 싶어요.”
문화체육관광부는 이처럼 장애인들의 문화적 재능을 발굴하고 그들의 재능과 희망을 국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사업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중 이번 대한민국 지적장애인 미술대전은 장애인 문화예술사업으로 추진 중인 16개 사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함께 누리’ 지원사업 중 하나다.
장애인의 문화 기본권을 보장하자는 취지로 마련한 함께 누리 지원사업엔 올해 29억원이 투입된다. 지난해 19억원에서 10억원의 예산이 늘었을 정도로 장애인 문화예술 지원사업의 핵심이다. 특히 함께 누리 지원사업 가운데서도 지적장애인에 대한 지원은 계속 늘릴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장애인문화체육과 정재우 주무관은 “장애인 중에서도 가장 소외돼 있고, 문화적으로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적장애인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애인 문화 접근성 확대 지원사업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장애인 대상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장애인 창작 및 표현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주된 사업 내용이다. 특히 ‘장애인 창작 및 표현활동 지원사업’은 올해 3차 공모까지 진행됐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사업을 주관하며 문학(시낭송회, 구연동화 등), 시각예술(전시, 창작 참여), 연극(뮤지컬, 마임, 인형극 등), 무용(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 등), 음악, 전통예술, 복합예술, 대중예술(비보이댄스, 마술, 서커스, 콘서트, 코미디) 등 문화예술 전 분야의 창작 프로그램을 보유한 장애인 예술가 또는 장애인 예술단체에 대해 최대 3천만원이 지원된다.
이 밖에도 장애인 대상 문화예술교육과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한 전자도서관 구축 및 국립장애인도서관지원센터 운영 사업 등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진 중에 있다. 장애 유형별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기자재도 개발 중이다. 이미 시각장애인, 저시력자 등을 위한 디지털 음성도서(Digital Talking Book)를 만들 수 있는 저작도구도 지난해 9월 개발했으며, 장애인 전문 미술교재에 대해서도 올해 예산을 배정했다.
장애인의 문화 향수권 보장을 위한 저작물 접근 강화 논의도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4월 한국저작권위원회와 포럼을 갖고 장애인들의 저작물 접근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또한 장애인 문화예술 현장에서의 의견도 적극 수렴하고 장애인 단체 등이 발굴한 장애인 눈높이 사업도 사안에 따라 신규 지원사업에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글·유재영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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