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의 장애인 자립방안모색
- 일본의 사례를 중심으로 -
김 정 옥 (장애인 부모)
1. 들어가면서
장애인을 위한 유아기의 조기교육, 아동기의 특수통합교육, 청소년기의 전환기교육 등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수많은 프로그램은 궁극적으로 성인기 이후, 장애인이 사회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행동과 말과 기능을 지원 수 있을까.
중증장애인이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며 무엇이 마련되어야 할까.
이러한 의문에서 우리와 일본을 비교, 장애인의 지역에서의 자립을 위해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 아동을 위한 통합 또는 특수교육현장
장애인 작업장, 사업장, 문화사업, 그룹홈 등 사회적 자립과 통합을 위한 노력
일본의 복지체계 / 지역에서의 자립을 위하여
2. 일본의 시설 및 단체 (사진과 비디오)
■ 특징
(1) 일터, 주거, 지원체제의 일체화.
(2) 문화사업을 작업활동시설로 인정, 지원체계를 갖춤.
■ 방문소감 :
(1) 부모들로 이루어진 자조그룹은 처음에 몇 명이 모여 집에서 함께 부업을 하고 수입을 저축하여 공동체를 만들어 가면서 시작한 곳이 많았다.
(2) 부모단체이기 때문에 사업이든 취미활동이든 장애인과 그 가족이 중심이 되는 것이 돋보였고 아빠들의 참여가 많은 점이 특히 부러웠다.
(3) 사업장은 업종이 빵과 과자는 물론, 카레 레스토랑, 야채가게, 도시락집 등 매우 다양했으며 문화활동을 직업으로 연결시킨 것도 눈에 띄는 점이었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해외원조사업까지 하는 등 장애인 복지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었다.
3. 일본의 복지체계 - 지원 체계의 변화와 문제점
우리나라의 복지제도의 틀은 거의가 일본에서 가져온 것임에도 장애인 단체에 대한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은 우리보다 규정도 까다롭고 시간도 더 걸리는 듯 했다. 따라서 공적지원을 받는 과정은 일본보다 신속하고 전격적이라는 것은 우리가 가진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일본은 공공기관보다 자생자조집단이 매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고 불경기의 장기화로 지자체의 재정이 원활하지 않자 사회복지시설도 점차 민간에 이양되고 있으며 「지원비제도」의 영향으로 복지서비스 분야도 경쟁체제로 바뀌는 중이었다.
시설과 단체는 지적장애인은 부모회 중심으로, 신체장애인의 경우는 당사자 등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복지서비스기관은 우리처럼 의료재활, 사회재활, 직업재활, 교육재활, 전환기교육 등 재활과 교육의 관점에서 백화점식으로 이루어지기보다 지원센터로서 주단기보호 및 이용자의 욕구에 맞춘 개별서비스 등 보다 실질적인 지원활동을 하고 있었다.
아동상담소, 직업상담소 등 단계별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고 특히 지원비제도를 통하여 기존의 정부가 시설을 지원하는 방식에서 장애인이 시설을 선택하여 계약하면 계약자 즉 이용자의 수만큼 지원비를 지불하는 형태로 바뀌면서 장애인의 권리가 존중되고 있었다. 우리처럼 장애인서비스를 담당하는 시설에 정부와 지자체가 직접 운영비를 주는 방식으로는 시설로서는 서비스 수요를 창출하는 근원이자 시설의 수입을 보장하는 소비자인 장애인을 이용자로서 정당하게 대우하기 어렵고 장애인 역시 복지관 등 시설로부터 무상으로 시혜를 받는 듯 공연히 위축감을 느끼기도 한다.
■ 일본의 새로운 서비스 제공 방식 -「지원비 제도」
일본 정부는 최근 정신장애인의 경우 2012년까지 지역서비스가 충분하지 않은 사회적 이유로 시설에 있는 사람들을 지역으로 돌려보내고 지적 또는 신체장애인 역시 2007년까지 입소형 시설을 만들지 않기로 하였다. 이는 탈시설화 면에서는 의미 있으나 실제로 지역에서 살 수 있을 만큼 서비스를 늘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현재의 지역서비스는 그룹홈, 홈헬프, 이동외출지원, 주간보호서비스, 단기보호서비스, 보육서비스 등이다. 그러나 중증장애인의 증가와 가족의 케어능력저하, 탈중앙집권에 의해 복지서비스책임을 지게 될 지자체의 재정기반이 그리 강건하지 못한 현실 등을 생각하면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1)
2003년부터 새로이 실시되고 있는 2)「지원비제도」는 기존의「조치제도」를 변형한 것으로 시설생활에서 지역사회생활로의 이행을 촉진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다. 서비스의 모든 과정을 관할관청이 결정하던 것에서 이용자 즉 장애인이 서비스제공자인 시설을 선택하여 계약을 맺고 자기부담금은 직접 제공자에게 지불하고 그 이외의 비용에 대해서는 제공자가 관청에 신청하거나 이용자가 우선 지불하고 차후에 관청에 신청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의 목적은 장애인의 선택권을 보장함으로써 서비스제공자에 대한 장애인의 발언권을 향상시키는데 있으므로 장애인의 일반화 관점에서 봤을 때는 매우 바람직한 변화이다.
그러나 홈헬프의 경우 예산이 전년대비 60% 증가하였고 그룹홈 역시 대폭 증가, 정부는 장애인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예산삭감을 위해 개호보험서비스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지원비제도의 본래의 목적인 이용자중심의 사회복지서비스를 실현하려면 지역에 선택할 만큼 다양한 서비스가 존재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도 문제이다.
4. 우리나라의 사례
■ 카페 해누리
(1) 특징 : 성동장애인복지관 직업재활 프로그램.
○ 성동장애인복지관 직업재활팀이 청소년수련관 공간을 무상으로 대여, 직업재활시설모델화사업으로 2004년 8월 25일 크레페와 과일주스 및 커피 테이크아웃점을 오픈.
○ 구청, 교육청, 경찰서, 소방서가 한 단지 내에 입주한 행정타운 내의 수련관 1층에 위치, 주민을 위한 극장, 수영장 등이 있어 입지조건 매우 우수.
○ 비전 : 해누리 2호점, 3호점을 구상.
(2) 방문소감 : 기존의 지하철 가판대가 신체장애인 중심이었다면 행정타운 내의 테이크아웃점 등은 지적장애인의 훌륭한 사업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
■ 카페 어울림
(1) 특징 : 인천기독교사회복지관 직업재활 프로그램, 지역사회 내의 사업장.
○ 인천시의 지원으로 2004년 10월 6일, 생과일주스와 커피 전문점 오픈.
○ 과제 : 메뉴 다양화, 지점확대.
(2) 방문소감 :
○ 인테리어가 매우 세련되었고 별도의 공간을 마련 개인적 모임이 가능했으며 빔프로젝트와 컴퓨터 4대, 작은 무대를 마련, 공연과 강연회도 가능했음.
○ 직원들의 표정이 밝으며 대로변 상가 1층에 위치하여 지역주민 또는 행인이 스스럼없이 이용가능한 입지조건이 매우 돋보였음.
■ 기쁜우리 풍물패
(1) 특징 : 기쁜우리복지관 직업재활 프로그램, 문화활동을 작업활동으로
(2) 관람소감 :
○ 이제 막 시작한 풍물단의 열기가 느껴지는 공연. (2004. 11. 12 창단공연)
○ 전문 공연단으로 잘 다듬어져서 활발한 활동이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람.
▲ 해누리 ▼ 기쁜우리 ▲ 어울림

5. 끝으로
■ 일본은 세계적인 경제대국이고 복지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의 부모들은 자녀가 졸업한 후에 갈 곳이 없다며 고민, 직접 작업장과 사업장을 만들어 실무자로 운영하면서 자녀가 지역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었다. 대개의 모임이 동료상담과 정보제공을 통해 아기의 출생 직후부터 자녀의 장애를 수용하고 비장애 형제에 대하여 배려하고 자녀의 미래를 준비하는 문제를 의논, 가족적인 교류를 이어가며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역할을 분담, 책임감을 갖고 활동하고 있었다.
■ 단체들이 작업장과 사업장의 업종을 선택할 때에는 일을 하면서 즐거울 수 있는지, 하나의 사업체로서 지역의 비장애인 사업체와 견주어 경쟁력이 있는지에 중점을 두었다고 하며, 더욱이 비장애인 사업장과 견주어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가격을 낮추거나 반대로 가격을 높여 받는 것이 장애인식개선과 사회인으로서의 자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에서 당당함과 자존심이 엿보였다.
무엇보다 시작은 내 자녀를 위한 일이었어도 다른 자녀도 내 아이와 같다는 생각으로 공동체의식을 갖고 최선책을 찾아 노력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일 뿐 아니라 댄스 및 직조, 그림 등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취미활동을 활발히 하고 취미를 정기공연 내지는 작업으로 이어지게 하였다. 이렇게 생활 전반에 걸친 관심과 꾸준한 노력을 통해 자립의 바탕을 만들어 가면서 한편으로는 해외의 장애인단체와의 교류를 통해 보다 많은 정보와 가능성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장애인식은 변하고 있다. 3)70년대에는 지적장애인의 생활조건을 정상으로 만들어 정상 또는 일반적인 리듬에 따라 생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정상화 또는 일반화론(normalization)이 등장했고 80년대에는 사회적 역할 가치화(Social Role Valorization)라는 보다 실천적 측면을 강조한 이론이 등장하면서 사회에서 가치가 박탈당할 위기의 사람들을 위하여 가치 있는 사회적 역할을 창조하고 지원, 방어해 주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 그에 따른 실천으로 장애인의 강점에 주목하는 강점관점(strength based approach)이나 장애인을 소비자로 보는 임파워먼트(empowerment) 접근에 이어 최근의 자립생활(independent living)운동에 이르기까지 장애인식과 그 실천방법은 꾸준히 변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개인의 상황과 필요에 맞춰 자립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자리잡아가고 있다. 4)장애는 개인의 손상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능의 문제가 불리하게 작용하는 환경이 장애를 만들고 고착화시키는 것이므로 사회와 환경여건을 변화시켜야 하는 것이다.
장애인에 대하여 이상과 같은 논의가 이루어지기 훨씬 전부터 장애인과 부모들은 장애인 자녀가 안전하게, 가능하다면 이웃과 함께 자연스레 어울려 사는 사회를 희망했고 자나 깨나 걱정은 부모사후의 대책이었으며 인식의 변화와 함께 복지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지역사회에서 실질적인 자립이 가능할까 의문을 갖는다.
사실은 장애인과 가족이 갖는 이러한 문제의식이 장애인자립을 위한 대안 마련의 원동력이 되어 왔고 많은 변화를 가져 왔다. 따라서 보다 적극적으로 스스로를 포함, 주변의 인식변화에 노력하고 정부의 시책에 관심을 갖고 지역 내에서 함께 살기 위해 마련되어야 하는 장치를 요청하고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주]
1) 장애인의 지역생활이 증가함에 따라 복지서비스 뿐 아니라 직업보장 역시 해결해야할 문제이다.
2) 佐藤久夫(사토 히사오) “21세기의 장애인 서비스 - 최근 일본의 진전에 근거한 예측” 49p-53p
2004. 서울복지재단창립기념세미나
3) 김미옥 [장애인복지실천론] 2003. 나남출판사
4) 이동석 “장애학의 다중 패러다임과 한국 장애인복지의 성격” [한국사회복지학 (2004년 8월호)] 2004.
김정옥
행사명 : 서울장애인인권부모회 창립1주년기념세미나
일시 : 16일 화요일 오전 9시30분-12시
장소 : 사회복지법인 하트-하트재단 강당 (02-430-2000)
내용 : <지역에서의 장애인 자립방안모색>
일본의 사례를 중심으로 우리에게 적용가능성이 있는지 생각해 보는 자리
누가 : 김정옥 (서울장애인인권부모회, 전 사회복지법인 다운회 실장)
주최 : 서울장애인인권부모회 http://cafe.daum.net/integrationaledu